우울이 가을해질때
베토벤의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듣는다
작년 10월쯤 하루 종일 비창 2악장을 반복 재생으로 듣고 살았다. 운동할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잘 시간도 부족했던 그때, 나는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평소 좋아했던 베토벤의 음악 중 비창 2악장에 빠져버렸다.
세상 슬픈 선율에 혼자 있을 때는 이때다 싶어 눈물만 줄줄 흘렸다. 슬플 때는 슬픈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고 그러지 않았던가.
하지만 중간 부분부터는 뭔가 위로해주는 느낌이 났다. 상처를 살살 만져주고 살포시 안아주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래도 '힘내'라며 작은 희망을 안겨주는 곡이었다. 그래서 울다가, 의지하다가 다시 기운을 내곤 했다. 그것이 5분에 한 번씩 반복돼서 문제였지만...
베토벤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슬프고 우울했길래 이런 곡을 쓸 수 있었을까?
들으면서도 내내 베 아저씨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베 아저씨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라는 고마움까지 들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꼭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 묘지에 가서 꽃이라도 한 다발 놓고 올 거다.
가을이 오고 있다.
비창 2악장이 어울리는 계절.
두려워하는 대신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