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꾸는 자

우울증 약 부작용을 미화하기 위하여

by 나목석

올해 1월 처음으로 항우울제를 먹은 이후 3월부터 끊었다. 안 그래도 잠보인데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힘들었다. 운전할 때도 잠이 쏟아져 졸음운전을 할 뻔했다.


다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저번처럼 잠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대신 매일 꿈을 꾼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길게도 꾼다. 예전에는 꿈꾸고 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금방 잊어버려 하루 동안 꿈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꿈이 그날 하루를 망치는 지경까지 왔다.

꿈의 내용은 매일 달랐다. 어떤 날은 자주 꿈에 나오던 옛날 살던 집에 귀신이 들어와서 전전긍긍 대었고, 또 어떤 날은 요에 검은색 작은 벌레들이 자꾸 나와서 죽이느라 애를 썼다. 이틀 전에는 출판사 및 서점 관련 유명한 인물들이 나온 자리에 평소 좋아하던 시인 분들이 나와 아주 가깝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모든 꿈들이 너무 실감 나고 생생하여 하루 종일 귀신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벌레 때문에 찝찝하고 시인님들 덕분에 가슴이 내내 설레었다.

뭐 꿈땜에 그리 힘들겠냐마는 나 같은 부작용이 있는지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말로 있었다. 현실같이 생생한 꿈이 항우울제 부작용 중 하나.


다음번 진료 때 의사 선생님께 여쭤봐야지... 아는 상담가 언니는 이 이야기를 하니 무의식이 올라오는 건가... 하시며 꿈 일기를 쓰라하셨다. 이렇게 계속 내 일상을 괴롭힌다면 정말 꿈 일기라도 써봐야지 싶다.


다들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