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병원 가는 날.
병원을 좋아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걸 즐겨하는 만큼 희한한 취향이다.
유방조직 제거를 위해 맘모톰 수술을 할 때도 혼자 갔고, 암 진단을 받으러 서울 큰 병원에 갈 때도 책 한 권 들고 혼자 갔다. 총 4개의 사랑니를 뽑을 때도 싫 키는커녕 어릴 때 못 가본 치과에 규칙적으로 가니 자랑스러웠을 정도다.(어릴 때 거의 치과에 간 적이 없는데 교정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죄다 잘 사는 아이들이라 치과에 가는 게 소원이었다.)
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을 즐기는 것인가, 어쩔 땐 내가 메조키스트(피학성애자)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 병원이었다.
그런데 병원에 가는 것이 싫지 않다면 이것은 몸의 고통 너머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병원에서는 다른 생각을 안 한다는 것. 평소에 너무 많은 다양한 잡다구리 상념에 빠져 있는 데 반해 병원에 가면 병과 치료법 또는 고통과 고통을 피하는 방법만 생각하는 아주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게 되어 편안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평소와 같이 구시가지 근처에 있는 병원이라 힘든 주차를 끝내고 병원으로 갔다. 예약시간이 살짝 지났는데 처음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그러다 많은 노인분들이 오셨다. 그들 곁에는 특유의 시큼털털한 냄새가 나는데 노인이 되면 지금까지는 안 쓰던 질 좋은 향수를 써야겠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여름엔 그나마 괜찮은 것 같은데 가을이 되면 또 우울해질까 봐 겁이 난다는 나의 말에 지금만 살아라, 라는 원론적이지만 꼭 필요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뒤통수에 달고 나왔다. 6개월 추가 진단서도 함께.
결국 유료주차장에 정박된 차를 찾기 위해 가는 도중에 희한한 문구를 만났다.
"강아지 사주 봅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유튜브 먹방을 보여주는데 개가 뿌링클 치킨을 먹는 것을 보여주는 채널이 있어 남편에게 이제 개 먹방(욕 아님)까지 나왔다며 놀라워했던 나다.
순간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사주는 왜 보는 걸까?
강아지가 본인 사주를 궁금할 일은 없고, 반려견을 너무나 사랑하는 주인을 위해?
그럼 강아지 사주는 손금을 보는가?
태어난 일과 시로 볼까?
질문이 차고 차올라 걷잡을 수 없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불안감"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강아지가 혹시나 일찍 죽거나 안 좋은 운명을 맞닿뜨릴까봐 주인은 불안했던 거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때 궁합을 보는 것도 혹시나 이 사람과 헤어지거나 불행한 일을 겪을까 봐 불안해서 본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는 하는데 떨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해서 시험 당락 여부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묻는다.
결국
너무 좋아해서
너무 사랑해서,
너무 갖고 싶어서,
그 간절함이 불안을 야기시킨다.
나부터 나를 조금 덜 사랑해야겠다.
이놈의 불안을 잠재우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