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어떠세요?"
"네. 잠은 잘 자요. 근데 감정 기복이 심해요."
처방받은 약에 따라 확실히 몸의 변화도 달라진다. 저번에 처방받은 약은 잠이 통 안 와서 혼났다. 지각몽 때문에 며칠을 기분 나쁘게 보낸 적도 많다. (그만큼 잠이 중요하다;;)
"운동도 시작했어요. 수영"
"잘하셨네요!"
"추천해주신 해방일지도 봤어요. 참 좋았어요."
"저도 그 드라마 추앙해요!"
"드라마 속 인물들이 다 저 같아서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또로로 눈물이 흘렀다. 다행히 진료실에는 항상 부드러운 크리넥스 곽티슈가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비치되어 있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진료실 밖으로 나오면 누군가 내 벌게진 얼굴을 볼까 봐 귀가 더 붉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듯해야 한다. 우울증에 걸려도, 공황 증상이 나타나도. 울고 나서도, 화가 나도. 병원에 다녀와서도.
괜찮은 거라고, 별거 아니라고 약 먹으면 금방 나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조차 거짓말을 한다.
반면, 사실을 말하고 싶다.
하나도 안 괜찮다고. 걸려보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고.
그리 쉽게 운동만 하면 나을 거라고 조언하지 말라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자초한 일. 재 작년 우울증에 걸려 약을 먹는다며 울고 있는 글동무를 바라보며 속으로 나쁜 생각을 했다.
'너무 편해서 걸리는 병 아니야? 먹고살기 바쁘면 우울증 걸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래서 벌 받았나 보다.
하나님이 네가 한번 걸려보고 그런 말 하라고 기회를 주셨나 보다.
네 하나님, 이제 알겠어요. 함부로 남의 아픔을 지껄이지 말라고.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요. 반성합니다.
그래도 병원 다녀오며 먹는 1000원짜리 핫도그는 어린 시절로 나를 소환한다.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지껄이던 그저 순수한 그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