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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슉 Aug 05. 2021

무탈하다

2021년 8월 5일 오늘의 나

2021년 8월 5일 오늘의 나


무탈하다


사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냉방병인지 근육이 뭉쳐서인지 머리가 계속 지끈거렸다. 머리에서 징이 울리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내내 머리가 계속 딩딩 거렸다.


오전 내내 두통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내 외부의 시간은 평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점차 두통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두통에 불을 지피는 마음이 요동이 오후에 발생하고야 말았다. 올해 나를 괴롭히던 생각이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이다. 잘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나만이 혹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생각.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해도 되는 일들이고,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지식은 전혀 필요치 않은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회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담당자'가 된다. 즉 내가 지불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치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일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내 적성과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일을 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더 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공부한 결과가 필요치 않은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오후에 다른 직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업무는 내 전문영역이 아니기에 나는 그 업무에 투입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관심분야도 아니기에 그 일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 서운한 것은 아니다. 그 일을 주도하는 직원이 부러울 뿐이다. 그 직원은 자신의 전공분야 지식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뭐 그 직원이 있었기에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비교

나의 상황과 다른 사람의 상황을 번갈아 돌아보며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 모두 더 좋아 보이고 훨씬 능력 있어 보이는 현상


지금의 내 업무들이, 그 직원이 하는 일과 비교되었다. 물론 그 직원도 전공분야와 다른 업무도 맡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내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내 전공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지 않을 바에야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자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 번씩 오늘처럼 마음에 높은 파도가 치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머리가 다시 지끈거린다. 이젠 왼쪽 머리가 아프다.



그렇게 오후 시간 바로 옆 회의실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내 마음의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시 내 앞에 놓인 일들을 해치운다. 아무런 애정 없이...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정리해나간다.


잠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숨을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환기시키고, 딴짓을 하면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고 퇴근을 한다.


돌아보니 큰 사고 없이 출근했다 퇴근하는 것 자체가 다행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큰 사건사고 없이 보낸 오늘 하루 무탈하다.

무탈한 하루였다. 무탈한 하루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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