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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슉 Aug 13. 2021

무사히 넘어가다

2021년 8월 13일 오늘의 나

2021년 8월 13일 오늘의 나


무사히 넘어가다


"놀라운 사실 알려줄까요!? 오늘 13일의 금요일이다~!"

"어머! 정말 그렇네요. 어쩐지 오늘 출근하기 싫더라~"

"오늘 목숨 조심해~킥킥킥~ 오늘 하루는 서로 말하지 말고 일만 합시다~! 조심하자는 의미로다가~"

깔깔깔

회사 직원과 출근길에 만나 깔깔대며 농담을 나누었다.


오늘, 13일의 금요일. 뭐... 별것 아니지만 별것인 것 같은 기분에 뭔지 각오를 단단히 한다. 오늘 하루 엄청나게 바쁠 예정이기에... 중요한 미팅도 있고 또 회사가 이사를 가기로 해서 책상 짐도 정리해야 한다. 이 둘 중에 하나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모두 분주한데, 이런 중요한 일이 동시에 있는 날이라 걱정이 되긴 했다.


오전 내내 미팅 준비로 머리를 쥐어뜯고는 가장 무더운 시간에 외부 미팅을 간다. 날씨는 또 왜 이리 무덥고 습한지... 13일의 금일 날씨는 이런 거구나. 제이슨도 지쳐서 못 나오겠네. 가면까지 쓰고 있으니 일반인보다 배는 덥겠지? 제이슨 인내심 갑!!!!!


미팅하는 내내 최대한 적극적 태도로 의견을 경청하고 내용을 메모한다. 경쾌하게 웃으며 마무리하고 90도 인사로 헤어진다.


돌아오는 길. 팀의 두 번째 막내(원래 찐 막내였는데... ~ 이제 막내 탈출!) 차를 타고 이동한다.


"여기 회사 가는 길 맞아?"

"앗!! 이럴 수가! 집에 가는 길이네요. 하..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봐요."

"어쩐지 그런 것 같아서 물어봤어. 회사랑 반대 방향으로 가길래. 깔깔깔"


자신을 책망하는 후배 옆자리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욕망이 무의식 속에 숨어있다가 작동했네~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이 무의식적으로 네비를 집으로 찍게 한 거지."


한참을 놀리며 길을 돌아 돌아 다시 회사로... 무사복귀.

어쨌든 무사복귀


이제 본격적으로 책상의 짐을 싸 보자~개인 물품이나 중요한 자료들은 미리 정리를 해놓아야 분실 위험이 없으니까. 회사로 들어가니 모두들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내 짐을 꺼내본다.


오 마이 갓!!!

꺼내도 꺼내도 어딘가에서 계속 짐이 나온다. 뭘 이렇게나 구석구석에 처박아 놨는지... 제때제때 정리하지 않고 구석에 쌓아놓았던 과거의 나를 혼내며 꼼지락꼼지락 짐을 싼다.


누구 짐이 더 많나 내기하듯 짐 상자를 쌓아 올리다 보니.... 아무튼 짐 싸기 끝!

가자 가자 퇴근하자. '사실 컴퓨터만 무사하면 되지.'라는 무사안일주의 생각으로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아뿔싸! 회의실 책장에 있던 중요한 자료들 발견!

'나는 두고 가는 거야??' 자료들이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역시 13일의 금요일이었어....


"아~저기 있는 것들은 저희가 할게요. 저희 팀 아직 짐 정리 다 못해서 저녁 먹고 조금 더 하다 갈 거예요. 어서 가세요~"


디자인팀은 모두 천사...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내 뒤통수를 노려보는 자료들을 뒤로한 채 뻔뻔하게 회사를 나온다.


아... 오늘 하루 이 정도면 무사하게 넘어갔네.

뭐, 13일의 금요일 그까짓 것 별것 아니네~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을 만큼 바쁘고, 길 좀 헤맸고, 거기다 에어컨 아래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싸고 또 싸고, 그랬는데도 다 못 싸서 다른 팀이 마무리해 주기로 한 것뿐.... 아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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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13일의 금요일이 아니어도 오늘의 일들은 벌어졌겠지.


아호~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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