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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슉 Aug 14. 2021

체감하다

2021년 8월 14일 오늘의 나

2021년 8월 14일 오늘의 나


체감하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항상 놀라곤 한다. 1년의 절기만 봐도 감탄해 마지않는다. 현재와 같은 과학적 도구나 기술 없이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집어냈으니 말이다. 입추와 말복이 지남과 동시에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다.  너무 뜨거워 창문을 열어도 뜨거운 바만 들어오더니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공기가 시원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습하고 무더웠는데 오늘은 완연한 가을처럼 햇살은 따갑지만, 공기는 맑고 바람은 시원한 날씨가 되어 있었다.


점점 살기 좋은 날씨가 되어간다.


조상님의 지혜가 압축된 절기처럼 나에게도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척도가 있다. 쉬는 날 '낮잠의 질'이 그것이다.  일주일을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주말에 줄 수 있는 선물이 바로 달콤한 낮잠이다.


한여름에는 내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가 너무 뜨거워 블라인드를 내려야 한다. 그렇게 블라인드로 창을 가리면 바람이 들어오라고 창문을 열어두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잠을 청해도, 뭔가 상쾌하지 않고 자면서도 계속 꿉꿉하다.


그런데 이렇게 절기가 바뀌고 공기의 흐름이 변하면 낮잠을 한결 편하게 잘 수 있다. 솔솔 잠이 온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억울하게도 눈이 일찍 떠진 오늘, 침대에서 최대한 뭉그적거리다 겨우 몸을 일으킨다. 대충 아점을 먹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하며 커피를 사 오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체력이 소모되어 다시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절대 누운 것이 아니다. TV 리모컨, 커피 그리고 책을 적당한 위치에 배치하고, 방의 창을 연다.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


스르륵.... 잠이 든다. 아니 잠이 들었나 보다. 오늘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했더니, 그 여파였는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이 들어버렸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낮잠에 빠져들었다. 자면서도 얼굴에 닿는 상쾌하고 청명한 바람을 느낀다.


그렇게 꿀맛 같은 낮잠을 누린 뒤 개운하게 눈을 뜬다. 아니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일어났는데도 몸에 땀이 나지 않아 개운하기 그지없다.


역시 내 낮잠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지난 주말의 낮잠과 비교하니 깼을 때의 기분이 확연히 다르다. 이쯤이면 과학인가.....


주말의 낮잠으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 하루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한데... 자긴 글렀네. 알게 뭐람. 내일도 쉬는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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