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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마니모 Dec 18. 2019

매일 우울하지는 않지만, 짜증나는 일은 매일 있어

말은 달면 뱉고 쓰면 삼켜야 해서

 언젠가부터 감정을 숨기는 게 어려워졌다. 좋은 감정이야 어지간하면 표현했을 때도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나쁜 감정은 서로를 아프고 힘들게 했다. 표현하지 못하면 속으로 삭히느라 내 마음이 썩어들고 몸에 병이 났다. 고민하던 나는 소화되지 않는 불편한 감정들을 적기 시작했다.


보통 어떨 때 글을 쓰세요? 매일 써요?
음, 주로 기분이 안 좋을 때 쓰는 것 같아요.
하하 그러면 많이 쓰면 안 좋은 거겠네요~
그런 걸까요? (웃음)


 웃으며 넘겼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쓴다는 말은 즉흥적으로 생각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많이 쓴다고 안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누구나 부정적 감정을 겪는다. 곰돌이 푸우가 그런 말을 했다.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약간의 비관적 마인드를 얹어 반대로 말해보면, 매일 우울하지는 않지만 짜증나는 일은 매일 있어. 혹은 매일 화가 나지는 않지만 짜증나는 일은 매일 있어(이 말을 들은 내 동생은 자신은 매일 화가 난다고 했다). 이것도 꽤나 말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 안 그렇다는 분들은 부럽고요:)

 아무튼 나는 매일 그렇기에 안 좋은 감정들을 어떻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이상한 방향으로 소비를 하게 된다. 주로 먹거나 돈을 쓰거나 시간을 허비하거나 건강을 낭비하거나. 하지만 글로 남기게 되면서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공감받기도 하고, 눈앞에 실체화되면서 내 몸 속에서 빠져나가는 느낌도 든다. 


 글쓰기라는 건 참 묘하고 신비한 일이다. 글 좋아하고 쓰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는, 알게 된 지 2년 가까이 되어감에도 아직도 가끔 감탄할 때가 많다. 대기업의 앞에 붙는 '대'라는 수식어는 역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닌지도.

 그러니까 갑작스럽지만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몇 글자로 뭇 사람을 울렸다는 헤밍웨이같은 '대'작가같은, 이게 너무 어렵다면 '대'부호 정도?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생각은 매일 할 수 있으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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