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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마니모 Dec 16. 2019

한 장의 로또로 사는 희망

 며칠 전의 나는 너무나 무기력해서 차갑게 부는 바람에 등 떠밀려 집으로 가면서도 몇 번이고 멈춰섰다. 버스를 타면서 나의 멈춤은 멈춰버렸지만, 이윽고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에 서면서 다시 한 번 멈춰섰다. 아무것도 하기 싫게 의욕 없음을 어찌 해야 할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언제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던 나의 과거에 묻고 싶게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버스가 좌회전 신호를 받아 돈 후 직진하고 정류장에 내렸을 때, 급하게 걸어가면 아슬아슬하게나마 항상 건널목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급히 가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었다. 막연하게 언제까지일지 모를 붉은 신호에 그저 멈춰있다가, 문득 뒤를 돌았을 때 로또 판매점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홀린듯이 들어갔다.


 로또라는 것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여서 두 번째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럼에도 정확한 가격을 모르겠어서 오천원을 일단 꺼냈다. 첫 번째 로또를 살 때 기억에 남은 것은 그저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무기력함을 없애기 위한 희망의 일환으로 로또를 구매했다. 오천원 또한 정확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힘이 났다. 토요일이 되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희망.


 언젠가 누구인지도 모를 출처 불분명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음에도 말의 내용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각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인데, 어쨌든 로또 때문에라도 어찌저찌 토요일까지는 산다는 것이었다. 희망이란 어쩌면 멀리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고작 오천원으로 살 수 있고 또 살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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