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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마니모 Jan 27. 2020

소중할수록 더 조심스럽게

모든 것이 그렇고, 특히 사람이 더 그렇다

 온 동네방네 찡찡대고 다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었다. 여느 때처럼 "요새 이러이러한 게 고민이야."라고 말하니 "너는 항상 고민이 많잖아. 하고 싶은 것도 항상 많고."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그랬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항상 잘 들어주고 웃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나는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과분하게도 내 주변엔 좋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랐다.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들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떠올려보면 참 달콤했고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하면 내가 실수할까봐 걱정하는 것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친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서 편한 사이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 나부터가 편하다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않기에 더욱 고민이 많다.


 나도 모르게 무례하게 행동했을까봐, 그럴까봐. 친해졌다고 술을 함께 마시게 되면 몸이 풀어지면서 마음도 함께 느슨해져버려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지는 않을런지. 어릴 때야 어리니까 무마되었다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차츰 멀리하기 시작한 것도 꽤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오래, 함께, 가고 싶기 때문에. 나의 마음이 복잡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다.



 소중한 인연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물건도 그렇고 사람이 특히 더 그렇다. 희한하게도 마음에 들수록 여리고 깨지기 쉽더라.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연이 더욱 많아진다. 이런 저런 상황과 환경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취향이 확실해져서 그런 것 같은데, 그에 따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한두 명과의 깊고 좁은 관계를 유지하고 산다면 조금 다른 고민을 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좋고 늘어나는 것도 행복하기만 하다. 이런 걱정도 나름의 행복한 고민일지도. 행복한 날들을 더 많이 늘리고 유지하기 위해 나도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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