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펭수? 아니 윌슨!

뼛속까지 일꾼인 윌스너들과의 두번째 만남

by 수미니마니모

흔하디 흔한 추운 겨울의 토요일이었다. 광화문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후회로 바뀌었다. 내가 잘못했구나. 주말에 광화문이라니...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유지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참 부질없다고 느끼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게, 지금의 내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된 연말 약속에 쌓인 피로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봐야 할 사람들은 많았고 못지 않게 기대감도 컸다. 나의 시간을 내는 것과 별개로 그들의 소중한 시간도 나에게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하는 사람들. 매번 만날 때마다 힘을 얻고 함박 웃음을 짓게 하는 윌스너들을 만났다.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었지만 각자의 머릿속에 떠도는 고민은 많았을 것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만 빠르게 타다닥 두드려 없앤 후, 도착했다고 연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윌슨의 대표인 J님과 반갑게 인사했다. 근황 토크라고 하기가 무색하게 항상하는 걱정과 생각과 할 일에 대해 짧게 이야기했다.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오는 내 고민을 말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던지라 마음이 조급했다. 여느 때와 같이 둥글게 휜 눈을 보면서 달리는 듯 했던 마음도 서서히 진정됐다. 언제나 갑작스럽게 화제를 전환하고 제 이야기만 마구 쏟아내는 나에게 지칠 법도 한데 그는 항상 따뜻하게 말을 건네 주는 사람이었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그는, 정말로, 충분히 그럴만한 인물이었다. 각종 고민거리들을 안고 달려가도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봐주면서 온갖 시름들이 사라지는 것만 같게 해주는 사람.


그렇게 안정된 상태로 안내해주시는 사무실을 들어갔다. 새롭게 옮긴 사무실은 접근성만큼은 위워크 못지 않은 광화문의 번듯한 빌딩에 있었다.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이자 내가 모르는 또 등등의 일을 하고 계실 Y님도 언제나처럼 사무실에 계셨다. Y님은 다방면으로 능력 있는 다능인으로 여겨지는 지인 중 한 분이다. 널리 쓰이는 제너럴리스트라는 표현은, 언젠가부터 그가 가진 재능을 하향평준화해서 평가하는 것 같아 불편해진 표현이라, 다능인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 다능인, 혹은 멀티포텐셜라이트. 에밀리 와프닉이라는 유명인이 찾아낸 이 단어에 대해 누군가는 전문가가 아니라며 모든 분야에 쉽게 질리고 만다며 온갖 나쁜 말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다방면에 관심이 있고 배움을 좋아하여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나아갈 것이라고 많은 책에서 말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KakaoTalk_20191231_120848448_02.jpg 치앙마이 이야기를 하자 즉석에서 그려주신 그림:D 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사실은 일방적으로 내 얘기만 한 것 같아 너무 죄송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입에 모터를 달았던 것 같다. 지난 번 여름이 끝나갈 즈음 만났을 때부터 연말까지의 이야기, 요즘의 일과 생각,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했다. 비슷한 나이대로 가진 고민들이 유사해서일까, 이런 공통점만 가지고 좋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더 있는데. 나의 표현이 부족하여 장점을 말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만날 때마다 안정감을 얻고 위로를 주는 사람들.


헤어질 시간이 되어 복도를 둘러 엘레베이터로 가는 길. 여름의 풍경과도 유사하지만 조금은 다른 풍경에 또다른 감탄사를 내는 나를 보며 그들은 머쓱하게 웃었다. 너무 좋은 곳에 있다가 옮기니 아쉽다며 웃는 윌스너들의 사람 좋은 웃음이, 어디에도 잘 어울리지만,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위워크보다 좋은 사무실에 가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슥슥 지워내고, 약속 시간에 늦겠다며 정신없이 허둥대는 나를 건물 앞까지 바래다준 J님이 왠지 전보다 힘이 빠져 보였다. 그냥 지나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응원의 한 마디를 했다가 도리어 뼈를 때리는 듯한 깨달음을 주는 말씀을 들었다.



기운이 없어 보이세요~ 우울할 땐 펭수!
펭수요? 아니죠, 우울할 땐 윌슨이죠!



정말 진정한 스타트업 대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뼛속 깊이 뿌리내린 자신들의 컨텐츠에 대한 자신감, 믿음 혹은 컨텐츠가 아니라도 자신에 대한 확고한 마음과 열심이 느껴져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들게 했다. 나는 저렇게 열심히 무언가에 깊이 빠져 살고 행동했었나.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 이렇게 한 마디 말로도 깊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대단해서, 앞으로도 나는 윌스너들을 계속 만나겠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


한 겹의 얇은 티를 입고 만났던 것 같은데 어느새 겨울이 왔고, 꽁꽁 둘러싼 옷차림으로 다시 만났다. 선한 인상으로 나누어주는 넉넉한 웃음들은 오랜만이라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진짜 연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십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끝에는 부디 더 따뜻한 시간들이 가득하기를♥





올해는 제게 어쩜 이렇게도 좋은 인연이 많았는지, 글을 쓰면서도 거듭 감탄하게 되네요. 윌스너들이 하는 서비스는 고민을 경험해 본 사람에게 상담을 받는 앱 서비스입니다. 윌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귀여운 윌슨 캐릭터를 보면 떠오르는 게 있어요. 혹시 모르죠. 제2의 펭수, 아니 제1의 윌슨으로 여러분들께 나타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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