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연애가 끝이 났다
중간중간 드는 생각과 느낌을 브런치 서랍에 넣어둔 것이 이렇게 다가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단순히 나열된 생각의 조각들이지만 남겨둔 나의 기억과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도 위로해주기도, 더욱 생각을 많이 하게도 한다.
몇 달 전. 돌이켜보니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랬었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 라고 하기에는 정말 시간도 너무나 얼마 되지 않았고 그럴 만한 일도 없는 사이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라는 이름을 갖게 하는 존재이기에 괜히 더 신경쓰여서 그런 것일까. 알게 된 지 이제 고작 열흘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기는 했다. 아니 많은 일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한 것 같고 일반적인 다른 연애와는 달랐다고 해야 할까. 흔히 특별한 날이라고 불리는 날에 만났고 이런저런 더 특별한 날들을 우연하게 계속 함께했다. 평범하다고 하면 평범할 데이트는 어제가 처음이었는데 그게 또 이상했다. 약간은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데 설렘이라는 건 나에게만 있는 것 같았던 느낌. 내가 잘못 느낀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그게 아닐까봐 또 무섭고 두렵다. 매 연애마다 이렇게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 안정을 찾고 싶다. 아마도 나는 항상 이랬는데 내 주위의 환경이 달랐던 것일까.
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일까. 단순히 남자만이 아닌 친구든 누구든, 누구를 만나도 불안해하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를 좋아할까봐 싫어할까봐 떠날까봐 불안하고 혹은 내가 좋아해서 싫어해서 빨리 자리를 뜨고 싶어서 또 그런 내가 상처를 줄까봐 미움을 살까봐 불안하고. 내가 집중하고 더 바빠질 것이 생기면 괜찮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나름대로도 좋지만, 이전에 한창 바빴을 무렵의 나를 떠올리면 그 때의 나는 꽤나 행복했던 것 같아서. 내가 집중하고 마음을 쏟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것이 사람 혹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좋아하고 만족하고 성과가 나올 만한 일이면 좋겠는데, 그게 참 어렵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
겨울이 채 지나지도 않을만큼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헤어졌다. 아니 그는 헤어짐을 고했다. 꼭 잘 맞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이유가 되었고 나는 완전하게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야만 했다. 직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좋든 나쁘든. 그렇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하고 바라는 건 욕심일까.
밉고 속상하지만 슬프지는 않아. 나도 딱 그만큼만 마음을 쏟은 것이기에 누구에게도 뭐라고 할 건 없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마음껏 표현하고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는 나를, 처음부터 이만큼만 마음 쓰게 한 그가 오늘은 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