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려는 마음이 나를 못 쓰게 만들어
잘 쓴다는 게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2020 올 한 해를 시작하며 참 많이도 다짐을 했더랬다. 그 중 절반, 아니 절반이 넘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다 글을 쓰는 일이었다. 하나씩 차츰차츰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해나가고 있다.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어려워진다.
꾸준히 쓰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있어서, 그렇게 해서 실제로 책을 만들었으니까, 이번에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혼자 쓰고 저장하거나 지인들이랑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사실이 자꾸만 나를 갉아먹는다. 남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가다듬고 잘 쓸 수 있지만 또 남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자꾸만 수정하게 되는 게 진정 나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그저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빛을 본다고, 진리라고 믿는 수많은 문장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뿐인데. 무엇이 이리도 두려운 건지.
아마도... 사람이겠지, 사람일 것이다.
좋은 사람이 넘쳐나서 행복에 겨워있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기에 이따금 두려움이 나를 위협해온다. 욕을 하는 것도 아니요, 강한 주장을 펼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벌벌 떠는 내가 나도 너무 어렵다.
쓰는 것이 두렵다는 것
책을 써내면서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브런치에는 그전에도 글을 써왔지만 다행히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간혹 메인에 뜨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말도, 글 쓰는 것은 원래 어려웠는 걸 하며 넘겨왔던 나였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말이 글로서 박제되고 종이로까지 확장된다는 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의 생각과 말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점점 생기고 있다. 좋은 영향이건 나쁜 영향이건, 나의 무언가를 보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
내가 기억하고 사람들이 아는 나
날 토로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Yeah 난 날 속여왔을지도 뻥쳐왔을지도
But 부끄럽지 않아 이게 내 영혼의 지도
Dear myself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따뜻히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가끔은 위선적이어도 위악적이어도
이게 내가 걸어두고 싶은 내 방향의 척도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니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 : PERSONA 앨범의 Intro : Persona 라는 곡이다. 항상 전곡이 다 좋고 타이틀곡은 특히 뛰어나서, 하나하나의 곡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인 방탄소년단의 곡들. 텍스트를 좋아하다보니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신경써서 듣는 편인데 방탄소년단은 그런 나의 니즈를 정확하게 꿰뚫는 곡을 쓰는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곡들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나에겐 Persona가 단연 1등이었다. 나는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누군가 와서 욕하고 때리고 누군가 와서 칭찬하고 좋아해준다.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며 나 스스로를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모두가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때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얻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행복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쓴 글 또한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다보니 더 잘 쓰고 싶고 잘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모두가 같을 것이다. 잘 쓰려는 마음과 함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는 욕심까지 더해져 나를 짓누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내가 빚어내는 나. 어쨌든 중요한 건 내 온도를 잃지 않는다는 것. 음악을 들으며 울컥하는 내가 가끔은 신기하면서도 참 좋다.
잘 쓰려는 마음이 나를 못 쓰게 만든다. 글을 쓰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잘 쓰려는 마음이 나를 알맞은 상황에 쓰지 못하게도 하고, 나를 결국은 어디에서도 쓰일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모두 다 나라는 것이다. 잘 쓰려는 마음이야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해지지 않도록, 항상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알아주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Answer : Love mysel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