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와 재회할 외할미의 워밍업 1

by 예나네

작년 1월 초 재영이가 응애~ 하고 혼스비 병원에서 태어나던 날, 간호사들은 우리 아기를 무지개떡 무늬의 강보에 꼬옥 싸서 아기요람에 눕혀놓았더랬다. 응애에 응애에 ~.


아기가 태어나기 한 달 전 즈음에, 외할미는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았고, 아기가 태어날 날짜를 하루하루 곱아보다가 드디어 돌아가신 제 외할비 생신날인 7일 날 아기를 만났다.


아기는 바깥세상으로 나온 순간 태명 "행복"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얼 네임 "재영"이가 되었다.

재영아, 재영아,

외할미가 부르니 갓난 우리 아기 샛별 같은 눈동자로 할미에게 첫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간호사가 재영이 보조개가 외할미 닮았다며 감격하듯 이뻐했던 기억을 소환해보면, 우리 아기 처음부터 멋지긴 했다. ^^






여하튼, 재영이가 거의 5개월 되던 날부터 재영에미 돈 벌러 직장에 나갔고, 그날부터 7개월 동안 외할미와 외손주, 서로가 무지 애정하며, 다정하고 복스런 시간을 함께 보냈더랬다.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를 같이 듣고, 할미가 유모차를 밀며 노래를 부르면 재영이 까르륵 댔고, 그렇게 웨스트 필드 쇼핑센터를 오르내리기도 했고, 플레이 그라운드에도 가서 댄스도 추고, 카페도 가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도 보고... 외손주와 외할미는 온갖 같이 가지고 푸지게도 놀았다. 참, 우리 아기 때론 아팠고, 열났고, 울었고, 체했고, 유모차 안 탈라고 강짜를 부리기도 했더랬지. ㅎ

지금은 서울 사시는 재영이 할머니께서 오셔서 또 다른 6개월을 돌봐주고 계신다.




오늘로 525일 차. 17개월 반이 된 우리 재영이.

잘 먹고 잘 웃고 잘 걷고 잘 뛰고... 만능 천재?라는 소식을, 1270 km 떨어진 외할미 집에서 카톡으로 접수한다.

이제 7월 중순이면 재영이 할머님이 서울로 돌아가신다.


그 비게 될 자리를 이 외할미가 들어갈 차례다. 올 7월이다. ( 세 살까진 주 양육자를 바꾸지 않은 게 좋다는데, 어쩔 수 없이 그리되었다. 재영아, 미안해. 그만큼 외할미가 잘해 줄게. 우리 재미있고 씩씩하게 잘 놀자꾸나. ♡)






사실, 외손주와 재회할 날이 점점 가까워지니, 소풍날 기다리는 소녀처럼 무작정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6개월 동안 격조했던 외할미와 외손주의 서먹하거나? 낯설어진 시간을 지혜롭게 잘 메워야 하고, 앞으로의 즐거울 계획, 촘촘한 꽃 수놓듯 밑그림을 탄하게 그려놓아야 한다.


외할미와의 시간이 외손주의 미래를 * "마음 편하고 성격 좋은 사람"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건, 해 볼 만한 프로젝트이지 않은가.


이 나이에 이만큼 값지고 보배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건, 가슴 뛰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뛰는 가슴 차분하게 내려 앉히고 준비운동으로 외할미의 예를? 갖춰 놓아야 한다. 외할미가 외손주와 어떻게 하면 보다 흥미를 유발하며 더 재미있게 놀 것인가, 이 플랜이 샛노란 배추 속처럼 꽉 차 있어야 더 원더풀 재회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ㅎ


그래, 지금은 워밍업 타임이다.


외할미가 외손주와의 재회를 위해 첫 번째 한 워밍업은, 가늘고 단단한 바늘귀에다 하늘빛을 고이듯 물들인 자수실을 꿰어, 새하얗고 보드라운 순면에다 한 땀 한 땀 수 놓는 작업이었다.

할미의 손때를 흐르는 물에 조물조물 흔들어 씻어내리고, 순결한 천의 결 사이로 푸른 바람과 따순 햇살이 스며들도록 빨랫줄에 널었고, 곱게 다림질하여 재영이의 첫 강보에다 재봉틀로 자작자작 박아서 네임택을 달아주었다.


아기 탄생일과 영어이름을
새기듯 수놓아 말리던 그 느림의 시간에,
외할미는 외손주를 흠뻑 떠올리고 있었더랬다.촉촉이 감사했다.









* , 《아이를 잘 키운다은 것》 노경선, 2017. 4. 14. (주)위즈덤 하우스. 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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