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시험 삼아해 보는 일"이라는 워밍업 warming up을 하지 않은 채, 아기 양육을 맡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 아기의 성격 형성이 양육자의 손길에 달려 있다는 현실을 알면 그렇다. 그 중요 사안에 돌입하면서, 아가에 관한 글 한 줄 읽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간이 큰 할미다. 그래,
외할미의 두 번째 워밍업은
공부하는 일이었다.
한국 헌책방에서 거금 3000원을 지불하고 이 책을 구입해오길 잘했다. 이 속에는 아기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상당히 비싼? 개런티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공부라고 하지만 할미는 너무 심각하게 글자를 따져 읽지는 않으려 했다.
나의 세 아이를 길러온 경험을 떠올리며 즐겁고 가볍게 읽어나갔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외손주를 위하여 손에 든 책은, 한 자 한 자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도 심각하지도 않아 술술 잘 읽혀나갔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요즘 한창 새치가 나느라 가려운 머릿속이 어쩐지 시원~했다.
이 책을 안 샀으면 어찌했을꼬.
《아이를 잘 키운다 것》 노경선, (주)위즈덤 하우스.
사랑으로 읽어서일까.
글자 한 자 한 자가 흥미를 더 유발하며 할미 머릿속으로 쏙쏙 파고 들어왔다. 마음이 유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라는 아이처럼, 뭔가를 잘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겨났다.
이 할미도 이렇게 자발적이고 재미로 공부하니, 억지 춘향으로 하는 것보다 얻는 게 이토록 더 풍성한데, 나의 외손주 또한 고리타분한 꼰대 할미보다는, 동일한 키높이로 재미있게 놀아주는 어깨동무 같은 할미를 찾을 게 분명하다.
재치와 융통성을 가미하여,
재영이와 있는 동안 재영이를 재미있게 해 주리라 마음먹어본다. 그저 소박하게, 비빔밥에 떨어진 참기름 향처럼, 고소한 맛을 내는 할미가 되련다. 때로 삶의 온도가 뜨겁고, 힘에 부치기도 할 테지만, 풍미를 돋우는 참기름을 상상하며 좋은 외할미가 되는 꿈을 붙잡으리라.
재영이가 할미 안에 존재하는 사물이 아니라 할미와 공존하는 생명체로 존중하며 놀아야 할 게다. 그러니 때론 재영이가 할미를 돕는 일도 생길 게다. 그럴수록 서로의 마음이 뿌듯하게 될 터다.
예를 들어, 재영아, 밥 먹자! 가 아니라 우리 재영이 할미랑 같이 밥 먹어요. 할미는 할미 밥, 재영이는 재영이 밥 먹어요. 냠냠냠.
둘째, 4층 유닛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처음엔 시간이 종일도 걸리겠지만, 할미는 재영이의 시간을 지켜보고 기다려 볼 테다. 그 과정도 재영이에게는 놀이고 학습일 테니까.
셋째, 사랑과 칭찬을 해주면서도 약하게 키우진 않아야겠다. 할미라고 재영이 원하는 걸 무조건 다 들어주면 안 되겠다.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겠다. 그 대신 안 되는 이유를 조곤조곤 이야기로 나누련다.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친구 사이에서 눈치코치 없이 재영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땐, 안 되는 이유를 재영이가 이해하고 수긍할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알려줄 거다. "과잉보호는 아기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지 않은가.
우리 재영이를 만나기 전의 워밍업, 육아 예습은 이만하면 됐다. 너무 길면 할미 머리가 좀 오래돼서 잊어버린다. ㅎ
앞으로 종종 육아 관련 서적을 자주 참고하면서 기억해 두었다가 실전에 임하면 된다. 곁에 두면 된다. 그렇다고 꼭 교과서대로만 하진 않을 테다. 할미의 지혜를 꼭꼭 짜 모으고, 재영이 본성의 흐름을 따라갈 테다. 무엇보다 재영이 엄마 아빠의 의견을 존중할 테다. 그들과 재영이의 촌수가 가장 가까우니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