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가 외손주를 기다리는 시간

- 재영이와 해후 후

by 예나네

2019. 7. 16. 화.


시드니 재영이 집에 온 지는 여드레 밤이 지났습니다.저는 그간 건강체크를 좀 하였고, 재영이 할머님께서 손주를 돌봐주시다가 지난 주일날 서울로 귀국하셨습니다.

이번 주 월, 화는 재영에미가 회사를 안 가고 재영이의 일상을 친정어미에게 시범을 보여주는? 날로 정했습니다. 할미가 이틀간 베이비 시터 트레이닝 코스를 받은 셈이지요.


사실, 화요일 날은 재영에미가 회사에 연가를 하루 더 연장해야 했습니다. 평소에 잘 놀던 재영이가 월요일 저녁부터 화요일까지 종종 보챘습니다. 감기 기운도 있었지만 아직은 외할머니인 제가 재영이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자꾸만 제 어미 품을 찾아들곤 합니다.


할미는 그저 자연스럽게 까꿍놀이를 하고, 침을 닦아주고, 옷을 입혀주면서... 외손주와 천천히 친교해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 일은 순리대로 해야지 억지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더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재영이가 선호한다는 플레이 그라운드에 가서 외할미는 재영이를 지켜보았습니다.

7개월 전, 첫돌이 다가오던 그때, 외할미와 다닐 땐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아기였는데, 이젠 아장아장 걷다가 뒤뚱뒤뚱 뛰기도 하는 19개월 9일 차의 아가가 되었습니다.

그땐 할미가 아가의 놀잇감을 찾아다 안겨주었었는데, 이젠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가서 가지고 노는 아가가 되었습니다.




재영에미는 일부러 집에서 조금 더 먼 놀이공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는 앞으로 외할미와 외손주가 자주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친정어미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아가와 할미를 배려하며 육아하는 딸이 대견합니다.


외할미가 처음 가 본, 시끄럽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시형 놀이터의 일상에 재영인 익숙한데, 외할미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재영이는 놀이의 센터에 들어가서 올라가고 내려오고 굴려보고 툭툭 쳐보고 타면서... 제 집인양 잘만 가지고 노는데, 외할미는 멀뚱멀뚱 지켜보는 아웃사이더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외할미는 건강하고 활발하고 똑또구리하게 잘 자란 외손주가 신기하고 장하고 감사했습니다.




저녁에 돌아와 씻고 먹은 재영이가, 아직은 외할미한테 잘 오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낯설이겠지요. 재영이 입장에서는 7개월 동안 자기 옆 방에 머물며 돌보아주시던 서울 할머니가, 안경까지 덮어쓴 외할미로 바뀌었으니, 하루아침에 적응될 수 없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그저 외할미 마음이 찡하고 짠했습니다. 직장이 뭐길래, 아니 머니가 뭐길래. 아니 커리어가 뭐길래. 이래 아기에게 아플 이별의 짐을 지게 해야만 하는가, 하고요.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재영이와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린 담담하고 당당하게, 지금의 현실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게 우리 재영이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돕는 일입니다.


남들은 시어머님과 친정어미가 교대로 아기를 돌봐줘서 우리 딸을 보고 '행운 직장맘'이라 한다지만, 아기한테는 이 낯선 시간들이 얼마나 큰 일일까요.

사실 어른인 외할미도 성큼 자란 외손주가 조금은 낯설 때가 있더군요. 7개월 전엔 무조건 포롱 할미에게 안기던 아기가, 이젠 제 엄마 치마꼬리를 붙잡고 외할미를 멀뚱히 쳐다볼 뿐일 때가 낯설더군요


그래도, 가장 가까운 촌수를 기막히게 알아채는 우리 재영이가 든든하고 대견스러웠어요. 10달 동안 꼬옥 품어서 낳은 엄마는, 아기의 전부이지요.


외할미는 그저 재영이와 서로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좋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재영이에게 맡기고 천천히 다가갈 것입니다.


서울 할머님과의 이별을 통해, 현실은 제 하고 싶은 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걸, 우리 재영이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겝니다. 긍정의 방향으로 반응하길 기도하며 나의 좋은 친구, 외손주를 도와줄 겝니다.


사진 찍어준다고 "웃으세요", 하니까 활~짝 웃는 포즈를 취하는 재영이.


어른이 아가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때, 재영이가 더 온전히 현실에 적응할 것입니다. 우리 재영이는 할미들의 가없는 사랑과, 엄마 아빠의 깊고 넓은 사랑을 받는 아가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할미는 재영이가 스스로 다가와 할미에게 안겨오길 기다릴 겁니다. 느리게 와도 괜찮습니다.


그 모든 건 재영이 마음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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