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우는 아침풍경은 다정하다

by 예나네


2019. 7. 29. 월.

엄마, 엄마, 어마마마...

오늘 아침 재영인 엄마 아빠가 우아 간다고 하자 따라나서려고 섧게 울었다. 지난 주만 해도 안 그랬는데. 엄마 아빠랑 단번에 헤어지기엔 못내 서운한 가 보다. 오구구, 나의 외손주.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아기는 모태로부터 분리불안을 본성으로 가지고 있다.


아우, 우리 재영이 한 번 안아주자.


재영에미가 꼬옥 아들을 암탉처럼 자신의 두 날개 안에 따스히 품는다. 잠시 후 할미가 받는다. 재영이, 다시 엄마한테 가려고 서럽게 또 운다. 이번엔 제 아빠가 안고 쓰담쓰담 등을 쓰다듬어주고는, 어쩔 수 없이 세상 귀중한 아들내미를 남겨두고 출입문쪽으로 슬며시 돌아서야만 했다.



나의 외손주, 때로 울어도 괜찮아.


워낙 울면서 사람이 되어가는 거란다. 근데 엄마 아빠 진한 사랑, 아가 마음 가득 전해지길 할미는 기도할게.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가에게 "걱정 마, 다치지 않았어. 울지 마, 뚝!" 부모가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이렇게 대응하면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거라 한다. "걸려서 잔디에 넘어졌구나. 많이 놀랐겠다. 어디 다친 데는 없니, "라고 반응해 주어야 한단다. 그럴 때 아가는 "자신의 다친 마음을 부모가 이해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라고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에서 저자 노경선은 말한다. 또, "엄마에 대한 믿음이 강한 아기는 밖에 나가서도 잘 놀고, 세상을 탐색하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쓰여있다.


걱정 말고 잘 다녀와.
어, 도시락 안 갖고 갔네.


언뜻 눈에 들어온, 삶은 계란 썬 것 네 쪽과 샌드위치 한쪽이, 납작한 정사각형 샌드위치 도시락에 담긴 걸 보고 할미가 외친다. 어, 예. 다녀오겠습니다. 사위가 급히 식탁 위에 얹힌 도시락을 픽업해서 집을 나선다.

소시민적 이 아침풍경이 다정하다.

그리고 잠시지만 이 이별은 짠하다.

외손주도, 사위도, 만삭의 배를 하고 출근하는 딸도 다정하고 짠하고 미덥고 고맙다.




하지만 이 감정의 소용돌이는 아주 잠시다.

할미는 지금, 이별이 서러워 흐느끼고 있는 외손주를 감싸주고 달래주어야 한다. 잠깐 사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재영이 눈물을 닦으며 할미가 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린다.


재영아, 신발 신고 베란다 나가볼까.



19개월 우리 재영이가 막무가내로 오래 뻐기지 않고, 금세 뚝 그치고는 할미가 들고 오는 신발을 기다려서 제 양 발을 쏙 내민다. 아가의 단순함을 어른은 못 따라간다. 바깥바람 쐰다 하니 그게 좋아서 방긋 웃기까지 한다. ㅎ 섧게 운만큼, 그만큼 아가에게 주어지는 기쁨의 폭도 큰 걸까.



4층 베란다에도 재영이 친구가 많다.


아침햇살이 벌써 대숲과, 나뭇잎과, 오솔길 사이로 하얗게 내려앉아 재영이를 기다리고 있다. 재영인 그네가 흔들리는 베란다 이쪽 끝에서부터 밤에 오색빛이 반짝이는 라이트가 있는 저쪽 끝까지 한 바퀴 아장아장 걸어서 시찰한다. 그리곤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오늘도 어김없이 끌어온다.


재영이 웃음소리, 햇빛보다 더 환하다.


어느날부터인가 베란다에만 나가면 이 소릴 즐기게 된 개구쟁이 외손주.


한참 동안을 아가 볼살이 파르스름해지도록 이것저것 만지고 보고 두드려보고... 그렇게 깔깔거리며 놀다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 덕에 멸치랑 오이무침이랑 꼬들꼬들하게 지어진 따끈한 쌀밥이랑 해서 아침을 배가 볼록하게 먹었다. 집안에서 다시 온갖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오전 10시경에 고 쪼그만 입으로 하품을 ~ 하여서, 할미품에 안고 있다 보니 새근새근 아가 꿈나라에 폭 들었다.


우리 아가, 무슨 꿈 꾸려나.




이전 16화아직은 아가 외손주를 기다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