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손주 땡깡이 반가웠다

by 예나네

2019. 8. 9. 금.


오늘로서 582일 차인 재영이.


외할미와 7개월 만에 다시 만났고, 제 부모 출근 후 함께 놀게 되고 나서는 스무 날 정도 지났다. 그동안엔 요 꼬맹이 외손주가 소위 말하는 체면을 좀 차린 건지, 아님 순한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할미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듣기만 했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유는 둘 다였다.

중요한 건, 아가 마음도 어른의 마음과 똑같다는 사실과 새로워진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아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모가 퇴근하고 와서, 재영아, 오늘 외할머니랑 잘 놀았어? 하고 물을 때마다 외할미가 대신 이렇게 대답을 했더랬다. 좀 짠했어. 말을 너무 잘 들어. 애 어른 같이 그냥 순응만 해서 재영이한테 미안했어.




자기 엄마 앞에서는 가끔 칭칭 대곤 하는 20개월도 채 안된 나의 외손주가, 이 외할미 하고 있을 땐 가자, 하면 가고, 먹자 하면 먹고(아 참, 제 입맛에 안 맞을 땐 가차 없이 바로, 바알갛고 고 작은 혓바닥을 쏘옥 내밀어 호루루 뱉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할미는 이 밥과 저 반찬을 바꿔가면서 고 오물거리거나, 꼭 다문 입술 사이로 쏙 들이밀어 보곤 한다.) 또 재영아, 이건 안돼요, 위 위 위험해요, 하면 가던 꼬막 손을 살그머니 거두어들이곤 하던 나의 외손주였다. 안 먹는 거 빼면, 이 할미 앞에서만큼은 너무나 착실한 재영이었다.


그러던 재영이가 오늘은 소위 땡깡를 부렸다.

이렇게!


땡깡 부리다 말고 청소까지 하는 멋진 재영이. ㅎ



왜냐고요?

요거 해달라고요!


나는 요 꼬맹이의 땡깡이 반가웠다. 그래, 딸들과 지인에게 동영상을 퐁퐁퐁 날렸다.

요렇게 답글이 포옹 떴다.


요 밑에도 더 길고 푸짐한 ㅋㅋㅋ의 웃음 맨트가 있는데, 보낸 사람 눈치 보느라? 그 환한 웃음을 속으로 접어넣었다. 가끔은 속으로 짓는 웃음이 더 이쁘고 다정하다. ㅎ


이처럼 웃음기 톡톡 하얗게 터지는 외손주와 외할미의 귀중한 이 시간. 그건 마냥 길지는 않으리라.

시간이 차면 이팝꽃이 하얗게 땅 위로 쏟아지듯, 우리의 시간이 찰랑찰랑 차오르게 되면 외손주는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말 하는 아이로 자라서, 학교를 가고 외할미는 또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할미가 되어 꼬부랑 할미 집으로 돌아가서 또 다른 일에 꼬부랑 거리며 몰두하고 있으리라.




외손주 재영이와 외할미.

우리 둘에게 주어진 우리의 존재에다 우리 둘의 웃음기를 담는다. 그래, 알콩달콩 외할미와 외손주의 시간과 공간이 차곡차곡 차오른다.





드디어 재영이가 제 본연의 아가다운, 소위 땡깡 모드로 돌아오면서 외할미와 외손주는 와락 껴안듯 친밀해졌다.




"아가 맘"으로 비워둔 외할미의 곳간에도, 웃음기로 자라나는 외손주의 기억에도 한 존재로서의 생각과 느낌과 현실이 푸른 숲 속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리라. 우리의 시간을, 서로 곁을 지켜주는 나무와 햇살처럼 보내리라. 재영이 시간에 외할미가, 외할미 시간에 재영이가 빛처럼 스며드리라.


행복하고.
평화롭고. 사랑 충만한.



재영아, 고마워.
이 그랜 마 한테도 땡깡?을 부려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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