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뜨는 궁

by 예나네

붉은 서녘 하늘 초사흘 초승달이 먼저 떠 있다. 허리가 휜 달이 얇게 떠 있더니, 저만치 직선거리에서 주먹만 한 별이 돋아나 왔다. 내 손바닥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달과 별의 거리를 가늠해보니, 딱 한 뼘으로 맞춤한 길이다. 드넓은 창공에서 두 행성만이 떠 있으니, 분명 이 둘은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조우한 인 듯싶다.

불현듯, 저 하늘에서의 거리와 이 땅에서 사람의 뼘으로 측량 가능했던 이 시간은 동일할, 다르다면 얼마나 한 격차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작은 날파리 한 마리 핸드폰 불빛 따라 액정화면에 날아들었다가, 잘못 착지한 걸 인지하고 크린에서 뱅그르르 돌다가, 별똥별 떨어지듯 날아가버린 그런 사소한 차이일.


난 별이 뜰 저녁녘이 되면 늘 마음이 설렌다. 어쩌다 비가 오는 흐린 날이면 별을 보지 못하여 못내 섭섭하다. 제부터인가, 별이 뜨지 않은 그런 저녁엔 별의 소식못내 그리워 마음 한쪽이 자꾸 근질거린다.


오늘도 뜰앞에 놓아둔 별을 보는 전용 벤치에 앉아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저만치 뜬 초승달은 아직 낮달처럼 하얀색인가 싶다가, 시간을 물고 금방 오렌지 색으로 변하였다. 그러자 이웃에서도 같은 색 별 하나가 오소소 돋아난 거다.


은가락지 닮은 하얀 달보다 오렌지 별이 더 반가웠다.
달이 외롭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핸드폰 카메라에 별은 잡히지 않았다. 지상과 하늘 사이 거리가 가뭇없이 멀다. 하긴 달과 별을 향해 하늘 궁으로 떼 지어 올라가던 지상의 새들도, 내 카메라는 찍지 못했다. 그래도 까만 초저녁 하늘에 뜬 달과 별, 그리고 새들의 영상은 까만 밤하늘에 뜬 별만큼이나, 나의 내면에 오롯이 혀있으니 다행이다.


의자에 앉아서 별을 쓰고, 날파리를 쓰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흐르는 지상의 시간은 하늘에다 별 마을을 이 지어 놓고 있었다. 낮동안 파란 하늘 궁을 지키던 붉은 해와 구름 대신, 밤의 파수병이 된 하수의 향연에 빠져 한참 동안 별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연기는 없으나, 반짝거리는 저곳을 보기 위하여 이 세상의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아도 마음껏 별과 조우하는 내 밤의 시간. 내가 하나의 별이 된 양, 이보다 더 그득할 수 없다.


이쪽 세상이 깜깜할수록 저쪽 별세계는 더 많은 별들로 깜빡거린다. 주먹만 한 별이 있는가 하면, 빛의 분광 같은 오렌지색 날파리 같은 별들이, 파스텔화처럼 날개를 파닥이며 오밀조밀 모여 먼 그리운 날갯짓을 다.


담 밑에서 귀뚜라미가 귀뚤귀뚜르르 운다. 바람이 사르르 내 살갗을 스친다. 재스민 꽃 향기 코끝으로 훅 스민다. 그 사잇길에서 옆집 갓난아기 응애응애 울어제친다.


저 별 궁에도 이 땅 궁에도 다, 신비롭긴 마찬가지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슬이 별의 눈물처럼 내 살결로 조금 아주 조금조금씩 내려올 것이다. 내 뜰의 온갖 식물 위로 내려와 영롱히 맺혀 아침이면 지상의 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깜깜한 밤이 오면 하나 둘 별빛으로 돋아날 게다.


깜깜한 밤에 더 선명하게 뜨는 별.

저 낯설고 익숙한 먼 별궁이 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