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영주권을 취득하면 메디케어 카드를 준다. 일종의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이 나라 의료보험증이다. 그걸 들고 벌크 빌 Bulk Billing 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무료니 내가 필요할 때 예약을 하고 언제든 가서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GP(general practitioner)를 만난다. GP가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레터를 써준다. 나의 GP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닥터 후세인이다. 집 가까이의 병원이고 훈훈한 인간미 풍기는 이 젊은 의사가 믿음이 간다.
코로나 이전엔 1,2년에 한 번씩 한국에 갈 때마다 종합검진을 받았었다.
2019년 이후부터 귀국한 적이 없으니 그것도 멈춤으로 있었다. 4년 전 한국에서 한 검진에서 위에 3개의 선종이 있다 해서 3년 전, 시드니에서 코리언 스페셜리스트가 떼냈다. 그때 그 닥터가 1,2년마다 재검을 받으라 했다.
3년 전 이곳, 호주 시골에서 GP의 레터를 들고 위내시경 스페셜리스트 필립을 찾아갔다. 그와 1분 말하고 $170을 지불했다. 여긴 전문의 보는 게 그만큼 비싸다. 한국은 가는 곳마다, 내과, 외과 신경과, 피부과..., 거의 모든 병원이 스페셜리스트인데도 진료비를 1만 원도 안 내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 복 받았다.
1분 만에 사인 하나 하고 나와서 리셉션에 물어보니 $170은 약한 거였다. 그녀는 나에게 이걸 안겨줬다. 개인 의료보험증이 없으니 위내시경 한 번에 $1483(1,335,000원)을 내야 했다. 궁리 끝에 $170을 고스란히 1분 만에 버리고 공립병원에 위내시경 신청을 했다. 그게 1년 하고 1개월 전이다. 공립병원은 오래 기다리긴 하지만 매디 케어 카드가 있으면 무료다. 코로나 환자로 인해 대기자 순위가 더 뒤로 밀린 것 같다.
그 긴 시간 동안, 난 배가 아픈 것도 같고, 소화가 안 되는 것도 같아서 그냥 센돈 내고 검사할걸, 하는 후회를 했고 가끔 마음 앓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내일 오라고 하니, 기다린 자에게 복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개인병원에서 받은 이 비싼 견적은 켄슬했다.
대신 퍼블릭 병원에 위내시경 신청한 후 1년 1개월만인 내일, 검사하러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하루 전 날인 오늘 아침에 전화로 컨펌을 했다.
나의 위장에 별일 없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1년 전에 "응급 환자"로 등록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 전엔 유방암의 방사선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방사선과 병원에서는 그날 "응급으로 바로" 처리해 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GP인 닥터 후세인에게 4년 전에 유방암 검사를 했고 유방 주변이 찌릿찌릿하다고 증상을 말했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내가 말한 대로 레퍼런스를 써 줬고 나는 그걸 들고 방사선과리셉션에 갔던 거다.
그 이틀 전에 친한 이웃집 아줌마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나자 덜컥, 나도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의 건강은 문제가 없었다. 서둘러 준비하고 검사해 준 병원 간호사와 의사한테 미안하고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는 콜레스테롤 약 처방을 받기 위해 GP 인 닥터 후세인에게 먼저 가서 레퍼런스를 받았다. 이튿날 새벽 피검사와 소변 검사 장소에 그걸 갖다주고 검사를 마쳤다. 이처럼, 이 나라는 자기가 필요한 건강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검사를 할 뿐이다. 종합검사라는 개념은 없다.
그래도 아직 나에겐 두 달 전에 닥터 후세인이 써 준 리퀘스트 폼 Request Form이 하나 더 남아있다. 허리 통증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다. 위내시경 검사를 기다리다가 혹시 예약 날짜가 허리랑 중복될까 봐 접수를 안 하고 기다려왔다. 대장검사는 60세 이상인 자에 한해 2년에 1회씩 우편을 통해 변검사로 한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종합병원에서 몇 시간 안에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 나라에서 받은, 그리고 발을 건강검진이, 과정은 달랐지만, 기다린 시간이 길고, 지루하고, 험난했지만, 난 이제 거의 완료단계에 다달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때까지 병원에 지불한 금액은 0원이다. 위내시경(퍼블릭), 피검사, 유방암 검사, 허리 엑스레이, GP 내방 모두. 하지만 영주권이 없을 때는 피검사만 $160(145,000원)을 지불했었다.어찌 되었든, 건강진단 결과 모두, "이상무"로 나오길 기도한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던 찰나에, 주객이 전도되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번거롭고 힘든 과정을 내가,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나라에서, 하나하나 이루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뿌듯하다.
현지인이 많이 사는 호주 시골에 살면서 어쩔 수없이 영어를 연습해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도시의 브리즈번이나 시드니에 살 때보다 의사소통이 좀 늘었기 때문이다. 내 영어가.아직 갈길이 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