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탄생한 새롭고 낯설고 서러운 풍경

by 예나네


2019. 9. 10. 화요일 오후 7시경에,


재영이 동생, 재윤이가 탄생했다.


아기랑 산모랑 재영이 아빠랑은 병원에서 사흘 밤을 보내고, 2019. 9. 13. 금요일 오후 4시경 퇴원. 퇴원할 때는 재영이랑 외할미랑 다 같이 병원에 가서, 재영이 아빠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모두 함께 타고 귀가. 할미랑 둘이서 사흘 밤을 보내며 하루 한 번씩 병원에 오가던 20개월 차,


재영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평소에 곰인형 같은 데는 1도 관심을 두지 않던 재영이. 요람에 누운 이 아기가 재영이 동생이라고, 엄마 배에서 재영이랑 똑같이 나왔다고, 제아무리 부모와 할미가 각자 지닌 달변과 친절과 공감대를 최대치로 동원하여 설명해봤으나 슬쩍 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지나치기만 했다.


대신 놔, 놔, 하며 아기를 엄마 팔에서 아기를 기어이 내려놓게 하고, 엄마나 할미 손을 끌어당겨 고 따끈따끈 보드라운 아가 손으로 꼭 쥐고서 병실 바깥으로 나가 복도를 몇 바퀴째 아장아장 같이 돌거나, 환자 가족 라운지에 들어가 사과와 요구르트를 공짜로 냠냠 먹고 나오곤 했다. 그건 동생을 본 형아, 재영이의 돌발행동 시초였다.



다행히 할미와의 사흘 밤은 평화로웠고 해피했다. 재영이가 너~무 좋아하는 동화책들을 보고, 비행기를 태워주고, 볼을 비비며 장난치고, 라스트 과제로는 넷플릭스 뽀로로로 마무리를 하고, 하루 한 번씩은 어김없이 재영이가 좋아하는 파크, 파크에 가서 할미랑 재영이랑 즐겁게 서로 친구가 되어 잘~ 놀았더랬다.


사흘째 되는 날, 아기가 집으로 왔다.


재영아, 웃어봐 하니 살짝 웃던 재영이가 응가에 돌입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온갖 종류의 자동차 부자 재영이.


우선은 신생아가 카시트를 이용한
뒷좌석 풍경부터 새로웠다.
재영인 앞을 보고, 아기는 뒤를 보게 카시트를 장착했다. 할미는 그 중간에 탔다.




돌발행동은
카시트나 재영이뿐만 아니었다.
외할미도 한 몫 했다.



"어머나, 어쩜 좋아."

"왜요, 왜요. 어머니."

"미역국을 올려놓고 불을 안 끄고 온 거 같애."


이미 미역국의 시간은 나의 과오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미역국을 올려놓고 병원에 온 지 다섯 시간이 다 되었으니, 국은 이미 숯검댕이가 되어 있겠고, 집안은 온통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찼겠고, 소방차까지? 번개같이 짧은 단 몇 초의 순간에 벼락같은 별별 생각들이 다 나의 뇌리를 스친다.


"아이구,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아, 괜찮아요. 인덕션이 그럴 때가 좋더라고요."


집에 오니 사위 말대로 인덕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곰솥에서 국물의 반은 그대로 담겨있었고, 밑에 미역과 고기가 살짝 눌어붙어 있었다. 다른 솥으로 국을 옮겨 담고, 냉장고에 따로 저장해두었던 곰국물을 채워 다시 푹푹 끓여서 사위랑 딸에게 한 그릇씩 퍼 주었다. 산모를 위해 정성을 들여 준비한 무르고 가지런한 반찬도 꺼내 놓았다.


미역국에서 누른 내가 살짝 났지만, 사위와 딸은 맛있기만 하다며 한 그릇씩 거뜬히 비워냈다. 두 사람의 고운 마음이 끓인 국물만큼이나 뜨겁고 걸쭉해서 할미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진즉에 인덕션의 타이머를 작동시켰으면 됐을 것을... , 그러고 보니 재영이와 단 둘이서 집을 지키던 할미의 몸도 고단하기는 했었나 보다. 딸과 사위는 쉬라고 했지만, 아기를 분만한 딸까지도, 우린 그때부터 모두 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이 낯선 풍경 속을 동분서주 분주해야만 했다.


밥 짓고 설거지하고, 아기를 아기침대에 눕히고, 다시 몇 번을 반복 반복 안아 달래야 했고, 우윳물을 끓이고, 두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고... 또, 또, 또 다른 두 아기들에게서 돌발상황이 팝콘처럼 톡톡톡 터지고 있었다. 어른 셋은 터진 팝콘을 재빠르게 먹어치워야 했다. 그러느라 바빠도 너~무 바빴다. 팝콘은 쉴 줄 모르고 터졌다.

그리고 저녁에, 아니 두 아기 팝콘들이 잠든 밤중에야, 어른 셋은 쓰러지듯 모두 잠이 들어야 했다. 그러다 또 수시로 깨야만 했다. 신생아는 두 시간 만에 깨는 게 정상이었지만,


그뿐이었는가.

그날부터 이날까지, 우리 착하던 재영이가 수시로 깨어서 사이렌 울리듯 엉~엉~ 운다. 아니 꽤~액 꽤~액 세상 서럽게 운다. 아직도 운다. 자기한테 가던 세 어른들의 여섯 개의 손길과 눈길과, 자기한테만 흐르던 강물 같은 사랑과 정성을 불현듯, 아기와 나누어 갖는다는 일이, 재영이한테는 거대 산맥인가 보다.


사람은, 외로움을,
각자의 몸속에다 씨앗으로 지니고 태어나나 보다.

우리 재영이가 이토록 섧게 우는 광경을, 할미는 처음 목도했다.


바뀐 환경에 나름 고투하며 적응해나가는 외손주의 이 시간 속에서, 외할미는 이전보다 한결 더 포근한 의지처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재영이도 할미를 이전보다 더 잘 따르니 다행이다. 외로움 속에서 재영이의 자아는 더 단단히 영글어가고, 시랑의 품속에서 긍정적 자아가 싹트리라.

영특한 재영이, 지 엄마가 아기를 자주 안고 있는 걸 인지하니까, 엄마품 대신 할미에게로 와서 함뿍함뿍 웃으며 와락 안기곤 한다.


그러다가도 마음 감당이 안될 때는, 하루 몇 번씩 엉엉~ 몸부림치며 이유 없이 떼쓰고 울어제치는 우리 재영이가, 세 어른은 안쓰럽기만 하다.

그저 최대한 재영이한테 가야 할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재영이, 밤중에도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막무가내로 목놓아 울더니 요 이틀 좀 잦아진 듯 하다. 그러다 어제는 재영이가 처음으로 아기 발을 한번 만졌다. 뽀뽀도 슬쩍했다.


재영이 동생 재윤이는 아직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한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모두 다 이쁘다.



책을 보니 재영이의 이런 돌발상황이,
몇 개월을 지나야 사라진단다.

몇 일이 아니고 몇 달이란다.

동생의 출생은 만 1~3세의 아이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충격으로 인해 종종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몇 개월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 (중략)... 대소변 가리기와 같은 훈련은 동생이 태어나기 직전에는 하지 않습니다. 새롭고 어려운 과제는 동생이 태어나고, 새로운 상황에 아이가 적응한 후에 시도합니다.

- 출처 :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노경선 저.


재영아, 할미가 사랑해.
이전보다 더 많이.♡

비둘기만 만나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우리 아가.
재영이 동생이 태중에 있던 어느 좋은 날에, 엄마와 재영이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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