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요일에 블렝킷 버디스,
목요일은 U3A 문화센터에 다닌다.
두 반 다 스무 명 남짓의 호주 할머니들이 모이는 교실이다. 수요일은 이불이나 모자, 목도리 같은 보온용품을 뜨개질하여 병원이나 홈리스들에게 전달하는 자선모임이다. 목요일은 바느질을 주로 하는 문화센터인데, 나를 포함한 몇 회원은 수요일 날 하던 뜨개질 거리를 목요반에 갖고 가서 그들의 담소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벌써 2022년 10월도 반이 훌쩍 지나가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두 반 다 브레이크 데이를 정했다. 수요반은 12. 14일이요, 목요반은 그 이튿날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결정했다.
수요반은 크리스마스 라플을 팔기로 했다.
그들은 번호표로 추첨하는 상품권을 라플 Raffle이라 부른다. 영어사전에는 복권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9백여 장의 라플 중 3장 만을 추첨하여 우리 중 누군가가 뜨개질 한 이불 하나, 생활용품, 그림이 든 액자를 상품으로 결정했다.
그중 나의 이불 편물 한 점이
상품으로 선정되었다.
온리 3개 중 내 것이 포함됐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다, 난 이미 복권에 당첨됐다.
그들은 평소 나의 뜨개질에 대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아 왔다. 내 편물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를 치거나 누군가는 엄지 척을 해주었다. 56개의 꽃을 떠 만든 나의 이불 편물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주었다.
난 그들의 박수와 칭찬이 그저 뜨개질 애송이인, 그들과 살빛 다르고, 영어가 어설픈 동양 여인에게 용기를 얹어주는 그들 방식의 친절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2022년 대미를 장식하는 날, 꽤 빡센 비율을 뚫고 올라온 단 하나의 상품으로 내 편물을 간택해놓았으니, 쌩판 빈 말만은 아니었을 터. 코리언 스타일의 낯설고 깜찍한 패턴이 분명, 호주 할머니들의 동공을 확장시킬 만큼 눈에 확 들어오긴 했었나 보다. 거의 9백 개의 라플 번호표 중 상품은 고작 3개인데, 그중 내 편물이 뽑혔다니 믿기지 않아서 처음엔 그저 어리벙벙했었다.
나의 현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 얼떨떨 중이다. 나이스 한 어색함?
라플 상품으로 정한 이불편물. 56개의 꽃을 떠서 이어 붙여서 이불을 만들었다. 유튜브 "아델 코바늘"에서 배운 솜씨다. 이 무늬를 줄곧 뜨다보니 이제 나의 상표가 된 듯하다.
나도 라플 20장을 받아 왔다. 난 라플을 팔아본 경험이 없다. 한 장에 1불에 팔면 된다며 에리카 할머니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튿날 목요반에 갔는데, 그 반 친절 할머니 제인이 나의 뜨개질을 빌려가서 새 친구 쥴리한테, 얘는 맨날 이렇게 이쁜 꽃을 뜨곤 한다,며 나를 소개했다.
나도 용기를 내어 한 마디 거들었다.
사실은 내가 뜬 이 이불이 수요반의 라플 상품으로 뽑혔어. 난 오늘부터 이 라플을 팔아야 돼, 하며 내 몫으로 받아 온 20장의 라플 뭉치를 보여주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인이 전체 할머니들 앞에 나가 공지를 했다. 홍이 뜬 코리언 스타일 이불이 라플 상품으로 지정되었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의리의 분디 시골 할머니들, 너도나도 동전지갑을 들고 나를 부른다.
라플 20매가 순식간에 다 나갔다. 처음 팔아보는 거라 누구에게 어떻게 팔까 내심 걱정됐는데 휴, 다행이다.
난 할매들한테 진심, 땡큐를 했다.
동전으로 들어온 라플 대금을 20불짜리 지폐하고 바꿔서 수요 교실의 캐럴한테 갖다 주었다.
원본에다 할머니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고, 똑같은 번호 한 장씩을 점선 따라 찢어서 할머니들에게 각각 드렸다.
친절하고 정 많으신 이곳 할매에게 복권이 가면 좋겠다.
몇 주 후 내 손끝을 통하여 코리언 패턴의 또 다른 이불이, 호주 시골마을에서 또 한 점 만들어졌다. 미지의 집 없는 누군가가 덮을 이 꽃 이불에, 할매들은 여전히 입을 헤~ 벌린다. 한쪽 눈을 찡끗, 하며 윙크를 하는 벨 할머니도 있다.
나는 그저 우스워서 함빡 웃음을 짓는다.
온 마음이 이불 덮은 듯 교실은 늘, 훈훈모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