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귀엽다는 생쥐가 들어왔었다.
영어교실에 가서 말했더니 선생 린이 단박에 오, 귀엽겠다, 하였다. 난 그 말에 하도 뜨악하여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집안에 생쥐가 들어와 부엌 팬트리의 국숫가락과 비스킷을 갉아먹더니 이번엔 욕실 미닫이 문 밑으로 바짝 기어들어가서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먹이로 유인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컴컴한 밀실 속에서 새까만 눈알만 반짝, 굴리며 약 올리듯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난 고놈한테 24시간을 시달렸다.
내가 쥐띠이나 내겐 쥐가 제일 징그러운 존재다. 가끔 집안으로 들어오는 도마뱀, 바퀴벌레는 살살 달래서 쫓아내거나 처치할 수 있는데 쥐란 놈은 생각만 해도 징그러우니 밥맛도 없어졌다.
28시간째 되던 오밤중에 쥐틀에 찰카닥, 하고 걸렸는데 그놈을 들고뛰어야 했다. 달밤에 체조하듯 타운하우스의 게이트 밖까지 나와 딸이 같이 달렸다. 쥐틀째, 쥐틀을 외면한 채로 쓰레기통에 휙, 던져버리고 들어왔다. 새벽 두 시 15분이었는데 휴우,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뿜고 나머지 잠은 두 사람 다 잘 잤다.
달포 전에는 외출하려는데, 게라지에서 기다랗게 모양새가 쭉 빠진 쥐꼬랑댕이가 휙, 세탁기 밑으로 꼬랑지를 감추었다. 이번에는 생쥐가 아니라 어미쥐, 아니 아비 쥐인 듯싶었다.
대어라면 매운탕이라도 맛있게 끓여먹겠지만 이놈 대왕 쥐를 한시라도 급히 처치할 생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찍 나왔다. 콜스 슈퍼마켓에 들러서 쥐약과 커다란 쥐틀을 아예 두 개씩 구입해왔다.
쥐가 나오기만 하면 철커덕, 걸릴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대왕 쥐는 일주일을 넘게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쥐가 왜 안 나올까.
납 시 올만 한 데마다 먹이를 가득히 대령해 두었는데. 이유는 며칠 후에 깨닫게 되었다. 그간 난 오해를 진실로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며칠 전에 보고 화들짝 놀랐던 건 쥐꼬리가 아니었다.
도마뱀 꼬리였었다.
우리에게 쥐꼬리보다는 도마뱀 꼬리가
나았다.
우리가 살살 달래서 창 밖으로 쫓아낼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호주에 산 지 강산이 변했는데 도마뱀 한 마리쯤이야 이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쥐, 것도 대왕 쥐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징그럽기만 하다.
오늘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또 한 마리의 도마뱀 꼬리가 스르르, 내 뜰로 기어 다니는 걸 목격했다.
몇 달 전 소스라치게 놀라서 미워했던, 현실에는 있지도 않았던, 오직 내 머릿속에서 맴맴맴 돌다가 스르르 사라졌던 그 대왕 쥐가 떠올랐다. 아니 영어교실 선생 린의 음성이 재생되었다. 오, 귀엽겠다, 했던 그녀의 말이 대왕 쥐 대신 내 머릿속을 매앰 ~ 돌았다. 그러다 다시 한번, 내 생각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쥐도 생명체인데, 나처럼 살기 위해 내가 사는 똑같은 이 세상에 나왔는데 그런데,
난 왜 그리도 쥐를 미워할까.
쥐를 징그럽게만 볼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본다면?
그렇다면?
앞으론 나도
생쥐를 귀엽게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