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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8. 2023
양보다 퀄리티
- Quality over quantity.
시골에 살면 잘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중 두 가지만 곱으라면 집 앞 나무를 전정하는 일과 탕수육을 쿡하는 일이다. 오늘은 그저 나의 탕수육에 대하여 한 번 이야기해 볼까, 한다.
탕수육을 직접 요리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곳 우리가 가는 한국식당에서 언제부턴가, 탕수육을 팔지 않는다. 탕수육을 한가운데에 놓고 짬뽕과 자장면을 푸짐하게 시켜 먹다가, 메인 요리이던 탕수육이 빠지니 앙꼬 없는 찐빵처럼 뭔가 허전했다.
가끔은 탕수육을 테이크 어웨이해서 옆집 칼리할머니네와 나눠먹기도 했었다. 딸뿐 아니라 칼리도 이 Sweet and Sour Pork, 탕수육을 엄청 좋아한다. 칼리와 딸, 두 사람 다 한국 탕수육 광팬이었으니, 그것도 몹시 아쉬웠다.
이럴 땐 메인 부엌데기인 내가 팔을 걷어붙여야 생의 수레바퀴가 아름답게 굴러간다. 내겐 유 선생이 있지 않은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방 안에 누워서도 배우며 따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중국요리 대가 이연* 선생을 따라 해 보았다.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선생의 요리는 예술이었다. 그는 세 종류의 전분가루를 이용했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전분을 알맞은 비율로 넣고 물에 침전시켰다가 웃물을 따라내었다.
거기다 엄청 많은 식용유와 엄청 적은 양의 계란을 개어서 붓는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도록 반죽을 하는 그의 손놀림은 과히 예술이다. 손에 의해 치즈처럼 하얀 반죽으로 늘어짐이 공중에서 한바탕의 무희를 한다.
여하튼 난, 평소 튀김음식을 잘하지도 못하였니 시작도 안 해왔었다. 식용유를 한가득 붓고 튀김을 해내는 일은 내게, 책 한 권을 읽고 평글을 쓰는 일보다 더 번거롭게 느꼈었다.
그런 나의 첫 탕수육요리가 성공했을 리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이 있은들, 내 속에서 원만한 동기유발이 안되면 결과는 뻔하다. 한 마디로 내가 만든 양이 엄청 많았던, 첫 탕수육은 실패작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딸과 칼리는 엄청 맛있다며, 나를 추켜올렸었다. 내 처녀작의 진실을 난 알지 못했다.
두 번째로 탕수육을 만든 건 올 1월 12일 날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잘해봐야지, 하는 과욕에다 성급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정말로'에 사로 잡힌 만큼 돈육의 양을 많이 잡기도 했다. 야심이 '정말로' 컸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흥분하면 글을 망치듯이, 요리를 할 때도 너무 잘하려는 생각이 넘치면 요리를 망친다. 지나친 욕망이 중요한 포인트를 잊게 해서다.
그날 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건너뛰었다. 돈육을 마른 가루에 먼저 한 번 굴린 다음, 젖은 반죽에 담가야 하는 걸 깜빡 잊고 말았다. 젖은 가루에 든 미끈대는 식용유가 날것의 고기에 착 안길 턱이 없었다. 뽀글거리는 야심 찬 튀김기는 고기 따로 반죽 따로 튀겨내며 나의 지난한 당황과 황당을 돋우는 데 일조했다.
실내는 찔 듯이 덥고, 튀김기는 지속적으로 끓기만 하는데 난 혼이 밖으로 튀어나간 채, 두 번째의 엉거주춤하고 멍청한 탕수육 튀김을 끝내야 했다. '정말로' 잘해 볼 마음으로 이번에도 양을 엄청 많이 잡았으니, 소위 생고생을 하고 겨우 끝냈다. 칼리와 딸은 그때도 엄~청 맛있다고 했으니.
세 번째 탕수육 쿡은 어제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내가 중심이 되기로 했다. 유 선생한테 배운 것을 떠올리며 나의 레시피를 적용했다. 번거로운 세 가지의 전분은 생략했다. 오직, 감자전분가루만 가지고 했다. '제대로' 반죽하고 마른 가루에 굴리는 데도 감자전분만 사용했다.
식용유도 지난번 사용했던 걸로 재활용했다. 양은 지난번의 절반만 했다. 나의 레시피로 덧셈과 뺄셈을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고기를 튀겼다. 소스 또한 냉장고에 든 야채를 사용했다. 이번엔 내가 봐도 제대로 성공이다. 딸이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진짜 맛있다!
그제야 두 번째까지 의문을 품어오던 내 탕수육 퀄리티의 진실까지도 깨우치게 되었으니, 이번 탕수육 쿡은 진짜, 제대로 성공이다. 지난번엔 진짜, 가 아니고 엄청, 그것은 과장이었군.
역시, 양보다 퀄리티군.
Quality over quant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