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살면 유익한 점이
꽤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딸이 착착해 준다. 온라인 쇼핑을 비롯하여 플랫폼,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가족끼리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장 흥미롭고 놀라운 건, 매번 손으로 버튼을 누르던 전등과 텔레비전과 전자제품을 켤 때, 입으로 명령을 내리도록, 젊은 딸이 설정해 놓는다. 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구그리한테 노래 틀어 줘, 하면 노래가 들리고, TV 켜 줘, 하면 화면이 짠 하고 나타나며, 오밤중에 자다가도 누운 자세 그대로 불 켜 줘, 불 꺼줘, 하면 똑딱, 내 명령대로 수행해 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요즘은 전기장판도
켜 준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전기장판을 거의 3개월 동안, 켜 둔 채로 두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외손주를 돌보느라 집을 떠나 있었다. 옷가지를 가지러 집에 돌아왔었는데, 전기장판이 그때까지 따끈한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내방을 홀로 지키던 호주제 전기장판의 온도가 한결같은 숫자 2로만 머물러 있었다. 온도가 점차 올라갔었으면 불이 나거나 폭발이 돼도 몇 번을 났을 텐데. 휴, 지금도 난 가슴을 슬어내리며 장판한테 감사한다.
그날부터 요 근래까지 딸은 내게 잔소리를 달고 살았다. 엄마, 제발 전기장판 좀 꺼, 엄마, 전기장판 껐어? 매번 체크를 해왔다. 그러다 며칠 전엔 내 폰과 자기의 폰에다 아예 앱을 하나 깔아 두었다. 닳도록 마르도록 잔소리하던 딸의 입이 필요 없게 되었다. 눈으로 확인만 하면 된다. 아니 확인도 필요 없다. 그냥 누워서 명령하면 된다. 헤이 구그리, 전기장판 꺼 줘. - 아침에 눈 뜨면서 내가 내리는 첫 명령이다. 그러면 구그리는 군소리 없이 수행한다. 대신 딸이 하는 말,
울 엄마 방이 젤 첨단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