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사는 딸도
혜택이 좀 있다.
입고 먹는 주식생활에서, 엄마의 중심은 딸에게 팔 할은 기울어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뒷전으로 밀쳐둔다. 딸이 없는 점심은 초록초록하다. 뜰의 미나리나 상추를 뜯어 참기름 좔좔 뿌려 비벼 든다. 저녁은 딸이 즐기는 육식 위주다. 365일 일을 그토록 열심히 하고 오는 자식한테, 한입이라도 더 달게 먹이기 위해, 엄마는 매 끼의 찬거리 연구자가 된다. 딸의 미각이 존재하는 혀끝 어딘가에 맞닿을, 음식의 맛을 최적으로 맞춰둔다.
딸이 대충 정리하고
나간 방.
블라인드를 말아 올려 창문을 열어놓고, 종종걸음으로 나간 딸의 여운이 이쁘다. 엄마의 손길을 한 손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제 방을 바삐 나간 딸의 성심이 고맙다. 하루도 안 빠지고 딸은, 제 방 정리의 절반은 그래도 해두고 방을 나가니, 엄마는 행복하다. 그 시간 이후의 꼼꼼한 정리정돈은 엄마 몫이다. 딸은 손님이요, 난 호텔리어가 되는 건, 우리 모녀의 무언의 약속이다. 종잇장 한 조각이라도 행여 중요한 쪽지일지도 모르니,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둔다.
그저 먼지만 턴다.
이부자리의 먼지를 털고 귀를 맞추어 가지런히 해둔다. 밤에 습도조절용으로 쓰이던 수건은 빨래통에 넣는다. 이부자리 위에다 저녁에 입을 잠옷을 새것처럼 착착 개어서 얹어둔다. 누가 시켜서 하면 재미가 반감되겠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다. 사랑이 든 맘으로 도움을 만드는 일은, 늘 새롭고 기쁘다. 남도 아니고 이쁜 딸을 위하며, 사랑하는 엄마를 위한 일이어서다. 어쩜 난, 이 말을 듣기 위해 매일, 이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딸이 돌아와서 자주 하는 이 말,
오, 내 방이 호텔 룸이네.
고마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