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테이블 손님
- bin bird 쓰레기통 치우는 새
아직 아침엔 쌀쌀하다.
카페, 리버크루즈는 테이블 대부분이 바깥에 있는 데다 곁의 강과 거대 나무가 일으키는 바람 끝이 얼음방울을 맞는 것 같다. 찬 공기방울을 맞지 않으려고 옷을 껴입었다. 딸은 반팔 티를 입고 나섰다. 물어보지 않으려 하다가도 내가 너무 추우니, 자꾸만 묻는다. 안 추워? 응, 난 안 추운데.
그녀가 안 춥다 하는데도 내가 자꾸 묻는 걸 보면, 뭔가 쿨하지 못한 구석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걸까.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것일까. 상대의 말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의식의 과잉인가. 아님, 나이 탓? 며칠 전에도 내 집에 온 손님이, 자기는 음식을 싸가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기어이 싸서 들려 보냈다. 그녀가 한사코 마다해서 양을 조금으로, 조절했을 뿐이다.
난 이런 내가 싫다.
강가 거대나무밑에서 커피를 마시고 미니베니를 먹고 있었다. 인근 나뭇가지에서 망을 보던 새가 쿨하게 날아 내렸다. 곁의 8번 테이블이었다. 빈 버드 bin bird 라는 새는 온전히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걸스러울 정도로 남은 음식을 먹어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훌쩍 날아와 후루룩, 국밥 마시듯 제몸속으로 음식물을 들여보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유히 제 길을 걸어갔다.
새는 한 번에 한 가지만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런 점에서 내 눈에는 그녀가 나보다 쿨하다고 생각되었다. 쓰레기를 치워주는 새,라고 이름 지어진 이 새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말자, 고 다짐해 보았다. 타인이 아니라 하면, 그대로 한 번에 받아들이기로. 눈치코치보지 않기로. 오늘부터 한 번에 하나씩, 충실히 이행하기로.
오늘 난 8번 테이블 손님한테
한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