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별 거 아닌 것에 웃는다.
얼마 전 딸이 슈퍼마켓에서 새 쇼핑백을 샀다. 3불이니 고작 해봐야 3천 원짜리다. 우린 각자의 자동차 트렁크에다 쇼핑백을 서너 개씩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아이는 새로 산 백을 자신의 자동차에 넣어 두었다. 백 안이 널찍하고 새로 디자인된 오렌지색 문양은 마치 추석 때 동*원참치 선물백 같이 이쁘다며, 한국에서 살 때가 생각난다고 지나가는 말로 내가 호감을 보였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어제 계란이랑 배추랑... 쇼핑을 가서 내 트렁크를 열었는데, 그 동*참치 백에 발이 달렸나. 내가 호감을 보이던 백이 나의 트렁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배려에 씨익, 나의 만면이 웃음으로 번졌다.
해변이나 산길을 걷다가 아이는, 작은 휴지조각이라도 발견하면 허리를 굽혀서 슬그머니 줍는다. 그리고 쓰레기통을 찾아 넣는다. 속으로 난, 걷다 말고 왜 저러나, 했었다. 흉보면서 닮는다더니, 그러다 나도 따라 하고 말았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아이를 곁에서 지켜만 보다가, 나도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가 하는데 엄마가 안 하면 집안이 거꾸로 돌아가는 거 같았을까. 아님 그저 맘이 스며들었을까. 여하튼 나도 요즘, 땅바닥에서 길을 잃은 쓰레기는 쓰레기통으로 데려다준다.
아이는 자신의 말을 제 자리에다, 잘 개어 정리해 둔 빨래처럼 뽀송뽀송하게, 말 서랍에다 넣는다. 엄마, 고마워. 엄마, 미안해. 우리 엄마, 최고네 .... 이런 아이의 언어가 지극히 소소한 것인데도, 나에게 뭉근한 힘을 실어주고 뭉클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어미가 시킨 일도 아닌데, 이 아이는 어디 메서 이런 심성을 픽업해 왔을까, 하며 나는 어떤 땐 잠자리에 누워서도 씨익, 웃을 때가 있다. 특별히 어제는 2주마다 꼬박꼬박 보내주는 셰어비에다, 어여쁜 별책부록 같은 15불을 더 달아서 보내왔으니, 어젯밤 이불속에서 나는 15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웃은 것 같다.
작은 것에 미소 지을 때,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