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9. 오후 8시 40분경.
아이는 하얀 이를 들고 있었다.
하얀 이의 밑둥치에 구멍이 나 있다고, 다섯 살 그리고 일곱 달이 된 재영이가 알려주었다. 이~, 하며 이 뺀 잇몸을 줌 하여 보여주었다. 방금 이를 보낸 아가 잇몸에 핏자국이 아가의 이빨 너비와 깊이만큼, 발갛게 스민 듯 고여있었다. 아직 아플 것 같아서 외할미 가슴이 잠시 아렸다. 나도 모르게 재영아, 핏자국이 있네, 하자 큰딸이 지 어미맘을 눈치챘는지, 방금 빼서 그래, 쉽게 뺐어, 하였다. 사위랑 재윤이랑 모두 가족사진처럼 넷이서 오붓하게 앉아서, 활짝 웃고들 있었다. 서로 질감이 다른 손들을 좌우로 흔들었다. 작은 딸과 나, 우리도 함께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작은 딸은 우리 재영아, 축하해! 하며 내가 재영이 볼을 어루만졌다. 그것을 곁에서 본 작은 딸이 웃었다. 엄마, 뭐 해? 하고. 태블릿 스크린에 가득 담긴, 피부가 뽀얀 다섯 살 칠 개월의 볼은 속이 다 비칠 듯이 말갛고 하얬다. 말랑말랑한 온기가 외할미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간 아가 잇몸이 가려웠었는지, 재영이가 자주 이를 흔들어 놓아서, 지엄마가 그냥 쏙 들어 올리듯 이빨을 손으로 잡고, 사르륵 빼 올렸다고 자랑했다.
아이의 떠나보낸 이빨 하나를 놓고 우린, 축제의 분위기였다. 그 아랫니 옆의 이빨도 흔들리고 있다니 다음번엔 더 쉽사리 빠질 터, 대부분의 경험은 귀하다. 첫 이빨을 뺀 아이의 첫 경험을 가족끼리 나누는 일 또한 즐겁다. 그제야 재영이도 싱긋 웃는다. 긴장이 풀리나.
참 잘했다.
발육이 빨라서였을까. 재영이 이는 아가가 오 개월 즈음부터 밥풀 같이 하얗게 올라왔었다. 그때 나는 딸네집에 살면서 베이비 시터를 하였었다. 재영이가 26개월 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였으니 아가의 이가 돋아나는, 꿈같이 이쁜 모습을 곁에서 다 지켜봤었다. 그건 외할미의 행운이었다.
재영인 이빨이 나올 때마다 며칠 동안 울고 짜증 내고 보챘었다. 그때마다 볼에 묻은 쌀밥 같은 이가 잇몸으로부터 조금조금, 새싹인 양 올라오고 있었다. 우린 화분에서 돋아나는 새싹을 기다리듯 아가의 입안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었다. 어, 마이 자랐네, 하며 어제보다 자라 있는 하얀 새싹을 아침저녁으로 반겼다. 그렇게 다 큰 아가의 치아가 제 몸의 일부로써 책무를 다하고 벌써, 떠나기 시작한 거다.
밥과 간식들을 씹어 넘기며 다섯 해를 아이와 함께 한, 그런 소중한 첫 이를 아이는 우리와 함께 떠나보냈다. 고 이쁘고 새하얗던 아래 앞니가 있었기에 아이가 이만큼 건강하게 잘 자랐으니, 아이 손에 든 하얀 이빨한테 감사하다. 보내면 또 다른 새 이빨이 돋을 것을 알기에 우린 기쁘다. 그러기에 아이에게 축사를 보낸다.
재영아,
첫 이 뺀 거 축하해.
* 이 : 척추동물의 입안에 있으며 무엇을 물거나 음식물을 씹는 데 쓰이는 기관.
척추동물에만 이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첨 알았다.
재영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줘서 고마워.
떠나보내는 일이
이토록 반짝거리다니,
즐겁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