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네 Oct 18. 2023

 선생님과 수평관계가 불안할 때

2023. 10. 17. 화.

뜨개질 한 파우치를 전했다.



월 중순부터 주 동안 우리 영어교실도, 이곳 여느 학교가 그러하듯 스쿨 홀리데이에 들다. 여름과 겨울, 한해에 두 번 하는 리나라와 달리 여긴 텀 term마다 방학을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타는 듯 마른 여름방학 12월 10경부터 1월 23까지 한국과 날짜가 비슷하나(계절은 반대지만.), 온이 영상으로 머물러 밋밋한 겨울방학은 따로 없, 짤하지 못한 거운 다. 대신, 각 텀마다 두 주씩 브레이크 타임 다리니, 학교 가는 일이 게을러질 만하면 통이 트인다. 럼에도 노루꼬리만치나 짧 매번 아쉽지만, 방학이 아주 없는 것보다 낫다.


나라에서 는 보조금으로 영어를 배우기는 하나, 매주 2회씩 아침부터 오후 두 시 반까지 시간 동안 헤헤 웃으며 학생들을 배려하는 선생 린에게 난, 시나브로 고마운 마음이 차오르고 있었다. 여덟 시 반부터 수업인데, 급하게 오지 말라며 아홉 시부터 시작하는 그녀가 처음엔 적응이 안 되었었다. 이전 선생들은 정시에 시작하여 정시에 정확히 끝났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하고 일찍 마치는 린의 수업방식, 우리의 귀한 시간을 빼앗같아 속상하기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외국사람인 우리를 정든 벗처럼 반기고 진심 애정하는 그녀가 좋아졌다.


  그날은 텀방학을 하는 날이었다.


우린 마카다미아 팜 안의 카페에서 쫑파티를 했다. 마흔 후반까지 한국에 살면서 나는, 대학원, 철학, 독서, 글쓰기... 같은 숱한 반에서 공부나 삶을 배웠다. 그 반에서도 가끔 쫑파티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우린 회비를 내어 식사를 하고 아프터까지 갔다. 그때 난 한 번도 지도하는 선생이, 자신의 밥값을 지불하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이 나라에 와서 영어교실에 다녔다. 브리즈번에서 로컬 처치에서 무료로 해주는 반에  들어갔다. 그때도 우린 쫑파티로 선생과 함께 레스토랑에 갔고, 코렐선생은 자기 밥값을 당연히 여기며 당당히 지불했다. 에서도 선생  그랬고 말리사가 그랬다. 리도 서로 섞여서 자유롭게 앉았다.


마흔 후반까지 그 광경을 고 살아서일까. 내 몸에 새겨진, 선생을 우대하는 다소 수직관계가 여전히 내겐 익숙하다. 내 맘 같아서는 학생들과 담합하여 돈을 거둬 선생 린의 점값을 내주고 꽃이라도 안겨주고 싶은데, 학생 개개인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사실은 타국에서 그런 생각조차 안 해도 되는데, 나의 오지라퍼 기질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변하기가 어렵다는 걸, 난 이럴 때 실감하고 있다.


뭔가 불안했다.


양심이 자꾸 찔린 듯, 방학이 끝나고 나와 동갑녀 선생 린과 마주할 때마다 왠지 뒤가 켕겼다. 작은 마음이 든 선물 하나라도 챙겨서 전해야 성이 찰 것 같았다. 따져보면 이것이 순수 사를 표한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거 플러스, 불안한 내 마음 편하자고 풀어낸 것 같다. 럼에도 난 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지난주 린에게 뜨개질 한 파우치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오, 특별한 거라 갖고 싶다고 그녀가 대답했고, 선호한다그녀의  하늘  접수하였다. 그날부터 그녀를 위해 작은 정성을 한 땀씩 뜨개질하여 마음을 전하였다. 오늘 '홍표 파우치'를 받은 린은 엄청 좋아하였고,


내 마음은 새가 되어 창공을 건너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좀 설레는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