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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Oct 12. 2023

 정말 한 스마트 한 시계

- The Smart watch

2023. 10. 10. 화.


우린 울 안에 갇혀있었다.


불현듯 일어난 사고였다. 과 함께 빈집인 옆집에 들어왔는데 문이 바깥에서 잠겨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  말대로 게이트의 이상한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마당의 자잘한 막대기를 대여섯 개 주워서 차례대로, 철문으로 된 게이트 사이로 살살 달래듯 넣어보았다. 아래로 철컥 잠겨있는 걸쇠를 들어 올려보려고 온갖 애를 써 보았다. 건조한 막대와 철문은 서로 뻣뻣하기가 그지없었다. 유연성, 아니 열릴 의지가 없 애꿎은 막대 부러뜨렸다. 닫혀버려 무심한 철문은 끄떡안 했다.


지금 밉상 1호, 철문은 포기하고 이번엔 두 집 사이에 난 우든 울타리를 넘을까 고려해 보았다. 목재 펜스 사이로 햇살이 드나들고, 가끔 웃의 실루엣이 언뜻언뜻 보이는 울은 우리를 놓아줄 것 같았다. 마침 옆집마당에 놓인 탁자와 여섯 개의 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듯한 구도라도, 막상 사용하려고 구체적으로 들이대어보면 마뜩지 않을 때가 많아 간장을 타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 크기가 맞지 않거나, 망치가 두 목표 사이에 안 들어갈 때가 있다. 옆집 탁자도 그랬다. 보름 전에 이사오며 들인 듯한 새 제품에다, 탁자 위엔 반짝거리는 유리까지 깔려있었다. 타인의 재산을 가 담을 넘자고 인의 벼락까지 옮겨와, 그 위에다 우리의 슬리퍼를 덥석, 려놓기에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 일이었다.  와중에 도둑님 아무나 못함을 인식했다. 여하튼 이 방식도 애초에 포기해야 했다.


서설이 길었다.


점심 나절 오수에 빠져있는데 아직 휴가 중인 딸이 우리 마, 주무시는가, 하고 깨웠다. 옆집에서 한 시간째 물소리가 난다고 했다. 그 사이  딸이 나가서 펜스 틈새로 프한 눈빛을 쏘아 집을 빠꼼히 들여다보니, 수도에 끼워졌던 호스가 빠져 있었단다. 옆집 그녀 물을 잠그지 않아 양쪽집 야드로 수돗물이 촬촬 넘치 있다고. 난 물세도 물세지만 행여 물피해를 입을까 봐도 걱정스러웠다. 마침 옆집 렌의 전화번호가 우리에게 있었다. 일전에 우리 집 지붕청소아저씨를 불러 지붕 클리닝을 할 때, 렌네 커다란 개가 음에 다. 그녀 마당에 비치된 물통으로 우리 지붕에서 튀어 간 화학물질이 든 물을, 행여 려견이 먹을까 봐 염려되어 문자를 주고받았었다. 아직까지 서로 일면식은 없지만 다행이었다. 그때도 렌의 문자는 다정하고 친절했다.


이번에도 딸이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우리 엄마가 나가보니 한쪽 게이트를 밖에서 열 수 있는데, 들어가서 수도꼭지를 잠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혹시 개가 집안에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개를 조금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후 다섯 시에 일이 끝난다는 그녀는 그래주면 정말 좋겠다고 좀 긴 문자를 보내왔다. 마, 그러래, 하는 딸에게 난 얼른 같이 가보자, 고 했다. 아직은 낯선 이웃빈집에 혼자 들어가기 내키지 않아서였다. 실내복을 입고 있던 딸은 옷을 대충 갈아입고, 옆집으로 후다닥, 나와 함께 원행?을 했다. 내가 문을 따고 딸이 뒤따라와서 게이트가 자연스럽게 쿵, 닫혔다. 그녀네 백 야드로 돌아와서 우린 물이 흥건히 고인 흙을 건너듯 밟고 물을 꼭 잠갔다. 그리고 계적으로 돌아서서 게이  닿았다.


오 마이 갓.


걸쇠가 바깥에서 찰칵 잠겨버린 후였으니. 황당황당. 그때서야 딸은, 내가 렌 아줌마 문자를 끝까지 세밀히 읽지 않았네, 하면서 헤헤 웃고 있었으니. 엎어진 물그릇 앞에서 우린, 이미 두 번째 방법까지 헛소리처럼 헛되이 사용해 버리고, 세 번째를 고심하여야 했다. 아 어쩌나, 하는데 유레카. 우리 두 사람의 손목엔 스마트 워치하나씩 있었다. 각자의 스마트 폰이 담 너머에 있으니 가능할까?


먼저 내 스마트 워치로 다른 쪽 옆집, 릭할아버지께 전화를 시도해 보았다. 서비스지역이 아니라고 뜬다. 아, 어쩌나. 그러나 아직 발을 동동 구를 시점은 아니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두 번째로 딸의 스마트 워치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감사하게도 신호가 간다. 기도 같은 신호음 그 따르릉, 사이에서 우린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나의 스마트 폰은 딸의 것보다 좀 더 멀리 있어서 연결이 안 되었던 거다. 스마트 폰이 존재하는 딸방은 펜스 곁에 있었, 바로 우리의 행운이었다. 핼로, 이바, 허허. 한번 구세주는 영원한 구세주인가. 해병대 출신 우리의 구세주, 릭할아버지랑 통화하고 1분 안에 우리를 가두었던 게이트가 활짝 열렸다. 우린 할아버지께 그간을 설명해 드리고 감사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부지를 보내드리고 딸이 말했다.


"스마트워치랑 스마트폰 덕을
오늘 톡톡히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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