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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Nov 08. 2023

마음이 좀 설레는 날들


자식일에 마음이 설렌다.


큰아이는 이직을 했다. 올 구월에 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을 온 아이는 그 이튿날 화상 인터뷰를 보았었다. 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견디고 둘째 아이와 나는, 다섯 살 네 살 된 아가들과 함께 인근의 터틀센터와 몬레 포 비치에 가꺄르르륵대며 두어 시간을 놀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큰아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이번엔 인터뷰 참 잘 본 것 같다, 하는 목소리에 그래, 차근차근 준비해서 2차도 잘 되면 좋겠다, 고 답을 했다. 일주일 후 자기 집 시드니로 돌아가 면접관들을 대면하여 2차 인터뷰를 했고,  사나흘 후에 그들은 서로 컨펌을 주고받았다. 이의 지난 10년이, 나의 뇌리에서 잠시 주마등이 되었다.  


동안 던, 아니 적확히 표현하면 난망하 외로웠던 과정을 거쳐 시니어 회계사로서 호주회사에 근무하는 아이에게, 이제는 마음이 더 놓였다. 컨펌을 하기 전, 로운 회사에서는 구두로 한 약보다 급여를 더 올려준다 했다니, 난 그 회사는 물론 딸을 향한 감사가 절로 나왔다. 대학 2학년때까지 동그라미 네모...익숙한 우리말 뒤로하고, 라면을 잘게 부서뜨려놓은 듯 어고 딱딱한 꼬부랑 말을 맞추는 것만도 제 힘에 부쳤을 텐데, 일처리를 나름 깔끔하게 하였을 성싶은 아이, 그녀가 이다.


 회사에 2주 동안 노티스를 주고, 잔여일을 처리한 후 인수인계를 마쳤다는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요일  받은 여러  꽃다발이 무겁다며, 그 회사에선 마지막 퇴근길에 트레인에서 내려 어미에게 전화를 했다. 이별은 늘 슬픈 일이니, 하도 울어서 아직 감기 목소리였다. 그리고 11월 6일 새직장에 출근을 했다. 간의 어미로서의 시간들이 아이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설렜다.




작은 아이는 휴가 중이다. 무척 바쁜 대형약국 약사로 일하는 딸은 3개월에 일주일씩 받는 휴가가 많이 려있다. 젠틀한 주인 보스가 올연말까지 휴가를 쓰라고 해서, 불현듯 안겨온 꽃다발 같은 3주의 휴가를, 아이는 반갑게 맞았다. 그녀 평소성격에 비추어보면 아무리 법정 홀리데이가 있다 해도, 매일이 눈코뜰 새 없이 분주한 중에 휴가를 불쑥 내는 데는 굴뚝같은 용기가 나다가도 다시 사그라들 했었을 게다.  


그러니 휴가일수만 꾸역꾸역, 통장에 쓰인 잔고처럼  쌓여있었던 게다. 그러다 자기 보스가 휴가를 가라니, 아이는 내게 화이파이브를 할 만큼 좋아하였다. 그런 아이를 보는 도 덩달아 좋아서 설렜다. 공교롭게도, 큰아이가 첫날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고, 작은아이가 휴가를 시작하는 날이 동일한 날이니, 어미는 이 날이 두배로 설렜다. 그런 때일수록 찬물 한 모금 마시면서 기도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했다. 뜬 사이,  그 사이로 행여 마가 끼어들까 봐 조신하게 있었다. 런 와중에도 작은아이 일에 더 감사한 건, 그녀의 보스가 보내준 짤막한 문자였다.


'네가 점심 먹을 때 내가 퇴근을 했다는 걸 알았어. 멋진 휴가 보내렴. 내가 평소에 표현은 잘 안 해도 네가 열심히 노력해 줘서 정말 고마워. 즐거운 휴가 보내길.'


보스에게 받았다며 아이가 보여주는 이 문자가 난 좋아서 아이를 설득? 하여 공수했다. 아이의 지난 8년 하고 2개월의 시간이, 이 텍스트에 축약된 듯하다. 래 이 글이 보배인 듯, 자주 들여다보면서 씨익, 혼자 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 그녀들이 한편으로는 부럽다.


하다.




11월 한 달은 저도 연재글을 좀 구상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 언제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건필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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