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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Oct 06. 2023

꼬마 율동 선생


아가들이 지나간 자리,
 다 그림이다.


열려진 방문 뒤에 숨어있던 두 자루의 색연필에서 경찰차가 그려지고, 할미 차 뒷좌석에  맹이들 에서 까르륵 대던 웃음 그려진다. 다에서 갖고 놀던  바스켓 속 모래알갱에서, 축된 파도소리 딸려 나온다. 선샤인코스트, 루치도어 공항서 딸과 외손주들이 탄 비행기가 시드니를 향해 이륙하는 걸 보고 우린 브리즈번으로 다. 틀을 거기서 묵으며 아이들이 못내 그립다. 사랑이런 걸까. 애들 떼어놓자마자  바로 그리움이 절해졌. 외할미 가슴에 온통 아가들로 올랐다. 지난 4월에도 그랬으니, 그래 이번엔 사진과 동영상을 더 많이 찍어두기로 했다. 아가들과 흘 안에 페이스톡을 할 텐데도, 그것과는 색감이 다른 추억 찰칵찰칵 편집해 두었다.



이번엔 한 주를,
함께 있었다.

첫날밤은 선샤인코스트에서 보냈다. 숙소에서 까르륵 대던 아가들 동선이 이뻐서 나의 폰 카메라가 바빴다. 이튿날 간 오스트레일리아 주 Australia zoo에서 본 악어쇼와 버드쇼를 시작으로 기린, 호랑이, 치타... 를 배경으로 서있는 아가들 사진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은 큰딸이 화상 인터뷰를 본다 하여, 아가들이 우리 차지가 되었다. 다섯 살 재영이와 네 살 재윤이는 이모와 외할미를 쫄랑쫄랑 재잘재잘 재미나게 따라왔다. 몬레 포 터틀센터에 가서 거북이 알과 화석과 관련 동영상들을 취향대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곁에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와 맨질 하게 닳은 자갈을 콜렉트 하느라 아가들은 분주했고, 난 오늘도 사진을 열심히 모았다.


다음 날도 난 사진과 동영상
콜렉터가 되었다.


뜰에서 아가들을 위해 남겨둔 열무를 함께 뽑았고, 그 자리에 들깨씨앗을 같이 심었다. 아가 둘은 앞다투어, 그래서 순번을 정하여 잔디와 꽃들에게 물을 담뿍담뿍 뿌려주었으니, 가든에서 상일꾼이었다. 또 다른 하루는 보타닉가든을 한 바퀴 돌아주는 트레인을 다 같이 타고 놀았고,  바다에 가서 피시를 따라다녔다. 바닷가 놀이터를 섭렵하며 외갓집 동네를, 꼬맹이 둘이가 쫑알쫑알거리며 제 터인 양 동네방네 휘젓고 다녔다. 다행히 마지막날까지 안전하게(전날저녁 모기한테 물린 것 빼고), 유종의 미를 남겼다. 


마지막으우리 타운하우스 안 수영장에 갔다. 물을 좋아하는 아들이라 각각 1, 2년씩 수영을 배우고 있으니, 잠수도 제법 하고 헤엄도 잘 치는 게, 삼모자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재윤인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수영장 바닥에 떨어진 가상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과 열을 쏟아붓고 있었다. 꼬맹이가 그러다 몸살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 었다. 외할미가 꼬맹이를 꼬드겨서 물에서 얼른 건져내었다. 그리고 수건에 폭 싸서 집으로 안고 와 버렸다.


옆집 할머니네도,
세 번을 방문했었다.


할머니와 아이들은 처음부터 알고 지낸 듯 바로 친해졌다. 동생보다 20개월이 빠른 재영인 조금 철이 들어 쑥스러운 감이 있었다. 할머니와 악수를 할 때부터 재윤인 제 엄마아빠 이름까지 들이대고, 뒤뜰에 가서 이것저것 식물을 물어보기도 하였으니, 칼리할머니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헤 벌리고 아가들한테 폭 빠져버리셨다. 율동천재라 유치원에서 매번 행사 때마다 센터에 세우는 재윤이에게, 내가 "해피 파더스데이" 율동을 제안해 보았다. 그러자 오늘 말고 다음에 한단다. 그다음 날에는  또, 칼리할머니집 말고 우리 집에 와야 율동을 보여준다니, 요 꼬맹이의 앙증맞은 밀당에 우린 박수를 치며 깔깔대었다. 고놈  비쌌다.


 쉬운 라스트 데이, 수영복을 입은 채 칼리 할머니와 릭할아버지께 세이 굿바이를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엔 칼리할머니가 재윤이에게 정중히? 제안을 하셨다. 재윤, 해피 파더스데이 댄스를 좀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재윤인 우리 집에 같이 가자고 하며 할머니할아버지, 두 수강생을 모집하여 우리 집 마당에서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불현듯 일어난 이벤트에, 난 나의 둘째 딸한테 동영상을 부탁하였고 댄스의 끄트머리나마, 추억하나 더 건질 수 있었다. 아가들이 외갓집을 떠나고 나서, 나와 딸과 칼리할머니는, 이 동영상을 가장 애정한다.


할머니도 아가들이 어른거린다며,
눈물까지 훔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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