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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Oct 02. 2023

유년을 깨어낸 갯가에서


바닷소리가 찰지다.



산모롱이처럼 여러 차례 을 지니고 있어서일까. 연약하고 유연한 여성성을 지닌다. 짙 깊은 청색물빛으로부터 나온 파도의 음색이 처럼 삭이듯 다정할 수 있을까. 사는 동네에 바닷길을 걷는 트랙이 여럿 있다 보니 입맛대로 음식을 맛보듯, 걷고 싶은 해변을 찾아가 걷는다. 그중 바가라버넷비치는 걷기 트랙이 곧게 뻗어 남성성의 느낌이나, 오늘 걷다 멈춰본 엘리엇 드비치 소리 성을 지다. 차르륵차르륵, 감겨드 하다.


그대라는 바다, 엄마의 바다.


박정현이 그대를 노래하고, 김정수 엄마를 깨어바다 그대와 엄마, 즉 사람 속에 바다가 있다. 도 바다이고 나도 바다다. 사람의 바다에도 성질머리가 있듯 바다의 바다 또한 감성이 있다. 속 시원하게 탁 트인 바가라 바다. 안온하게 감싸 안아주는 몬레 포 바다. 그리고 낮은 파도와 맑은 흐름으로 유년을 연상하게 하는 엘리엇 헤드 바다, 오늘 난 이곳에 있다. 올 때마다 물 빠짐이 드넓어 맑아진 이 갯가에서, 유년으로 돌아가 맨발로 물방울을 튀기며 마냥 물장난하기 좋은 곳이다.  오후 바다는 물 빠짐이 유난히 다. 다섯 살짜리 외손주와 함께 솔저크랩이 모래사장을 글몽글 수놓은 물 빠진 바다를 걸어서 여기 물가에 닿았다.


모래와 진흙의 중간 즈음 질감 새하얀 흙을, 맨발로 디디면 푹푹 발이 빠진다. 마른 모래뻘 속으로 깊이 든 발을 빼내며 어렵사리 걸어가, 물이 맑게 고인 남겨진 바닷물가에 닿는다. 기 잘하는 손주는 할머니, 저어기 가면 피시 많아? 잡을 수 있어? 하며 아가의 부푼 꿈폭폭 빠진 조막만 한 발을 쏙쏙 당겨 올리며 곧잘 따라온다. 맑은 물은 무릎까지 차올라 우리가 들어가 반짝거림을 머금으며 리를 다. 외따로 남겨진 바다 또한 외로움을 는가.


속에선 하루살이 떼 만 하거나, 아기 손가락 크기의 송사리 떼 헤엄치며 내 유년소환한다. 고향 개울의 꾸 모양을 한 대양의 피시들도, 생존을 위해 재바른 건 서고금 동일하다. 우리가 따라가면 모래 속으로 헤딩하듯 대가리를 집어넣거나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외손주에게 보여주고 싶은 꿈을 이루려, 사력을 다하여 피시 떼를 좇아 다녔다. 그래, 꾸구리송사리를 간신히 한 마리씩 잡았다.


"할머니, 새드 해서 놓아주었어.
헤헤헤."


한 시간 정도 할미와 둘이서 물고기들을 잡으러 다니던 재영이의 이 에, 난 잠깐 멈칫했다. 가가 풀어준 물고기가 아까워서. 그리고 바로 마음을 가지런히 가다듬어야 했다. 그려, 잘 혔어, 하자 바다는 마치 리가 맑은 개울물 피시인 양, 우리 허심탄회하게 는다. 나도 몸과 맘을 풀어 이와 같이, 그저 물고기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할머니, 여기 여기 피시 엄청 많아, 하는 물결 사이로 우리들의 시간이 흐른다. 세미하게 자잘하거나, 아기손가락만 하거나, 어른의 귓불만  고들, 그리고 우리를  한 통속으로 담지한 물속으로 노을이 지고 만다. 


오늘도 엄마의 바다, 딸들의 바다, 아가들의 바다는 하루를 분주하면서도 명랑하게 잘 보냈다. 할미의 바다는, 피시가 불쌍해서 피시를 바다로 다시 돌려준 아가의 바다를 자, 고 잠시 생각했었다.


바다가 넓고 푸르다.
사람의 바다, 바다의 바다.




갯가 ;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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