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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부는 10월의 나들이

- 칼리여사와 네 번째 카페

by 예나네

2023. 10. 19. 목.

오매 단풍 들겠네.


오후 두 시의 하늘과 태양아래서 노부부의 입맞춤은 정성이 절반이요, 나머진 너그러운 시간이었다. 내가 차를 꺼내 칼리여사네 마당에 닿았을 때 할아버지는 화단에 물을 주고 계셨다. 할머니는 내가 생일선물로 드린 그린 블라우스를 빽바지 위로 하늘거리며 차고를 통해 나오셨다. 할아버지 곁으로 가 서로 입을 맞추어 속내에 단풍물을 들이기 시작하셨다. 그저 형식적으로 나누는 볼뽀뽀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시간이 었다. 그러기엔 서로를 향한 두 분의 진심 어린 심정이 아들고 있었다. 스는 바로 끝나지 않았다. 서로가 오래 머물고 있었다. 노부부의 입맞춤이라 이렇게 진중할까.


서로를 놓아준 순간에 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제 앞에서 뭐 하신 니까요? 그러자, 그들은 소녀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헤헤 하하 거리고, 난 큭큭 웃었다. 그 와중에 소녀가 어느새 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나와 그녀가 소년에게 손을 흔들고 10월의 카페, 리버 크루즈로 향했다. 작년에 녀가 암투병을 하신 후 두 분의 감정선이 더 애틋해졌다. 가끔 내가 그녀와 이야기할 때도, 저만치서 오시는 할아버지 눈망울이 할머니를 담으실 듯 커다랗게 변하는 모습을 며칠 전에도 난 목격했다. 두 분이 이리도 건강한 삶을 회복하여 촉촉한 입맞춤까지 유지하시니, 바라보는 내 안으로도 평화가 스민다. 이 모습은 그저 이분들의 일상일 터.


오후 두시의 카페는 한가하다.


딸과 내가 자주 찾는 강가에 있다. 오늘은 내가 페이 하는 날이다. 그녀가 강 풍경을 향하여 앉도록 안내해 드리고 난 그녀의 스콘과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나의 얼그레이 티와 레몬치즈 케이크를 시키고 와 앉았다. 여느 건물 지붕만큼 큰 나무와 강물이 서로 바람을 일으키는 이곳은 오후 두 시 봄날답지 않게, 춥지 않을 만큼 선선했다. 그녀는 풍경이 참 좋다고 하였다. 내가 사 드린 블라우스가 그녀에게 맞춤하여 난 기분이 좋아 찰칵, 그녀 사진을 몇 컷 찍으며 오늘도 웃다가 보니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매번 동일한 걸 주문하는 그녀의 스콘과 나의 케이크가 카페마다 과 맛이 다른 건, 사람마다 성질머리가 각각 다름과 같다.


이번 네 번째 카페나들이에서 우리의 웃음을 날린 주체는, 나의 새 이웃 렌이었다. 우리 열두 집 이웃들은 릭할아버지의 주선으로, 지난주 토요일에 렌의 환영회 겸 수영장 옆 바베큐장에서 파티를 했다. 그날 칼리 할머니와 난, 로빈여사가 구워 온 스프링 롤을 맛있게 먹다. 그럼에도 릭할아버지가 손수 양파를 볶고 소시지를 구워서 버터 바른 빵 사이에 넣어, 소시지 시즐을 만들어 주시는 정성을 봐서도, 반쪽씩 더 나눠먹어야 했다. 그때 새 이웃 그녀가 긴 노랑머리를 풀나풀거리며 명랑하게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잔잔한 꽃이 그려진 오렌지색 원피스는 이나라 옷답게 가슴이 깊게 파였고, 노브라로 들어온 그녀, 가슴속 감추어야 할 결이 랑이니, 그땐 나도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몰랐다. 개구쟁이 칼리여사는 소년 릭한테 하늘을 보라고, 자신의 양손 손가락을 머리 위로 뻗쳐들어 죄 없는 하늘만 마구 찔러댔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우습지 아니할까. 카페에서 깔깔거리는 내게 칼리여사 이야기 아직 진행 중이다.


그날 집에 가서 었다는 소년 부지 머까지 들려주니, 이번엔 나를 웃다 웃다 훗, 넘어가게 했다. 소년 할부지, 새 이웃 그녀의 물건이 작아서 브라가 필요 없을 거라고 하셨고, 칼리여사 이번엔 꿎은 부지 팔을 손가락으로 꾹, 러댔다니 난 눈물콧물까지 흘리며 깔깔깔 거리다 집으로 돌아왔다. 태 집 바깥에 계시던 그 소년이 소녀를 기다린 듯 빙그레 웃으며 홍, 고마워, 하셨다. 우리의 데이트를 마냥 행복해하던 흰머리 소녀와 귀여운 소년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



사진 몇 장을 보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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