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별 보러 나온 건 아니었다.
집 주위에서 자기들의 존재에 대하여 신호탄을 쏘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에 의하여 눈이 떠졌다. 03시 34분. 창문을 열고 뜰로 나와보았다. 밤 사이 서늘해진 공기 사이로 고개를 기역자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의 이불처럼 덮여있었다. 하늘의 한편에는.
나머지 공간에는 별들의 마을이, 내 가난한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비경을 지어놓고 있었다. 내가 잠들었던 지붕 위 밤하늘에서 별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잠에서 깨어 있었다. 온점만 한 빛과 강아지 눈빛만 한 빛의 크기들이 오렌지색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밤나라를 형성하고 있었다.
팔을 쭉 뻗어 사진을 찍으니 강아지 눈빛들만 렌즈에 들어오고 작은 빛들은 수줍은지, 렌즈너머 검은 홀로 빨리듯 들어가 버렸다. 그럼에도 우린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샛별이 돋은 새벽하늘이
얼마나 이쁜지를.
이 아삭한 새벽풍경을 어떻게 형용할까.
언어가 모자라니 가슴이 별빛인양 떨린다.
별이 뜬 하늘 아래서
04시 11분이 되었다.
서늘하게 식은 대지의 새벽바람 사이로 벌레들이 쉬지 않고 울어 제친다. 하나의 노래가 끝나니 또 다른 벌레가 나지막하고 해맑은 음색을 들려준다. 새벽공기 속에 든 소리에 걸맞게 다 청아하기 그지없다. 별이 뜬 이쁜 하늘에 대한 화답일까. 저 밤하늘에 뜬 별들 또한 이처럼 맑고 반짝이는 울음으로 울 것만 같다. 간간히 별별 이름 모를 새소리는 밤하늘에 뜬, 더 큰 별들에게서 나오는 노래처럼 들린다. 잠들지 않고 밤을 이렇게 황홀한 색감으로 채색하는 그들 속에서 난 지금, 내 뜰의 모기들에게 팔다리를 뜯겨가면서도 기분, 참 좋다!
내가 찰칵찰칵 폰으로 사진을 찍고, 수탉울음과 벌레소리를 녹음하는 사이, 하늘궁의 별들은 하나둘씩 제 집안으로 쏙쏙 몸을 숨기기 시작한다. 반짝대던 별들이 점점 희미하며 작은 점이 되어간다. 대신 별을 닮은 뾰족한 새의 부리들이 지상의 새벽을 물고 나온다. 새소리가 점점 분주해진다. 새벽을 닮아 청아하다. 금방 하늘에서 반짝거리던 그 별들의 소리일까.
지상의 새벽바람 사이로 청개구리 꾸륵거리고, 자동차소리 부릉부릉 거리니 오늘도 새날이 밝는다. 난 지상의 별마을, 온 지구촌이 이 새벽처럼 온전히 평화롭기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모기 놈이 물었다 내어준 내 다리를 긁적인다. 그놈들한테 물린 자리가 아직 가렵다. 그럼에도, 모기에게 나눠준 내 피가 아깝지 않다. 오늘만은. 그토록 징하게 후덥지근하던 한낮의 더위를 식혀놓은 새벽바람이 이렇게 쿨한 것을!
새벽 4시 37분.
담너머 할아버지네 수탉이 스물댓 번은 더 울었다. 새소리들 제 존재를 점차 선명하게 드러내는 걸 보니, 밥벌이하러 단체로 어디론가 날아가려나 보다. 새소리가 더 억세지는 걸 보니 생명체에게 부여된 밥벌이는 다 고귀하면서도, 고만고만한 건 아닌가 보다. 뜰안의 벌레들도 밝아오는 여명처럼, 자기네들 더 명징한 음성을 세상 속으로 뚜루뚜르르 펼쳐놓는다. 내 머리 위로 길 잃은 까만 날개 하나 끼룩끼룩 어디론가 떠간다. 아직 나도 뜰 복판으로 끌어다 놓은 자리에 앉아있다. 이참에 새벽바람에 푹, 몸 내어 둔 채, 멍 한 번 때려볼까.
아참, 나도 새벽밥상을 차려야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