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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an 21. 2024

모래알 같은 새벽별을 마음에다 찍어 넣었네


처음부터 별 보러 나온 건 아니었다.


집 주위에서 자기들의 존재에 대하여 신호탄을 쏘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에 의하여 눈이 떠졌다. 03시 34분. 창문을 열고 뜰로 나와보았다. 밤 사이 서늘해진 공기 사이로 고개를 기역자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의 이불처럼 덮여있었다. 하늘의 한편에는.


나머지 공간에는 별들의 마을이, 내 가난한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비경 어놓고 있었다. 내가 잠들었던 지붕 위 밤하늘별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잠에서 깨어 있었다. 온점만 한 아지 눈빛만 한 빛의 크기들이 오렌지색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밤나라를 형성하고 있었다.

팔을 쭉 뻗 사진을 찍으니 강아지 눈빛들만 렌즈에 들어오고 작은 빛들은 수줍은지, 렌즈너머 검은 홀로 빨리듯 들어가 버렸다. 그럼에도 우린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샛별이 돋은 새벽하늘이
얼마나 이쁜지를.





아삭 새벽풍경을 어떻게 형용할까. 

언어가 모자라니 가슴이 별빛인양 떨린다.


별이 뜬 하늘 아래서
04시 11분이 되었다.


서늘하게 식은 대지의 새벽바람 사이로 벌레들이 쉬지 않고 울어 제친다. 하나의 노래가 끝나니 또 다른 벌레가 나지막하고 해맑은 음색을 들려준다. 새벽공기 속에 든 소리에 걸맞게 다 청아하기 그지없다. 별이 뜬 이쁜 하늘에 대한 화답일까. 저 밤하늘에 뜬 별들 또한 이처럼 맑고 반짝이는  울음으로 울 것만 같다. 간간히 별별 이름 모를 새소리는 밤하늘에 뜬, 더 큰 별들에게서 나오는 노래처럼 들린다. 잠들지 않고 밤을 이렇게 황홀한 색감으로 채색하는 그들 속에서 난 지금, 내 뜰의 모기들에게 팔다리를 뜯겨가면서도 기분, 참 좋다!


내가 찰칵찰칵 폰으로 사진을 찍고, 수탉울음과 벌레소리를 녹음하는 사이, 하늘궁의 별들은 하나둘씩 제 집안으로 쏙쏙 몸을 숨기기 시작한다. 반짝대던 별들이 점점 희미하며 작은 점이 되어간다. 대신 별을 닮은 뾰족한 새의 부리들지상의 새벽물고 나온다. 새소리가 점점 분주해진다. 새벽을 닮아 청아하다. 금방 하늘에서 짝거리던 그 별들의 소리일까.


지상의 새벽바람 사이로 청개구리 꾸륵거리고, 자차소리 부릉부릉 거리니 오늘도 새날이 밝는다. 난 지상의 별마을, 온 지구촌이 이 새벽처럼 온전히 평화롭기를 기도하다. 그리고 모기 놈이 물었다 내어준 내 다리를 긁적인다. 그놈들한테 물린 자리가 아직 가렵다. 그럼에도, 모기에게 나눠준 내 피가 아깝지 않다. 오늘만은. 그토록 징하후덥지근하던 한낮의 더위를 식혀놓은 새벽바람이 이렇게 한 것을! 


새벽 4시 37분.


담너머 할아버지네 수탉이 스물댓 번은 더 울었다. 새소리들 존재를 점 선명하게 드러내는 걸 보니, 밥벌이하러 단체로 어디론가 날아가려나 보다. 소리가 더 억세지는 걸 보니 생명체에게 부여된 밥벌이는 다 귀하면서도, 고만고만한  아닌가 보다. 뜰안의 벌레들도 밝아오는 여명처럼, 자기네들 더 명 을 세상 속으로 뚜루뚜르르 펼쳐놓는다. 내 머리 위로 길 잃은 까만 날개 하나 끼룩끼룩 어디론가 간다. 아직 나도 뜰 복판으로 끌어다 놓은 자리에 앉아있다. 이참에 새벽바람에 푹, 몸 내어 둔 채, 멍 한 번 때려볼까.


아참, 나도 새벽밥상을 차려야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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