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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an 22. 2024

하우스에 오픈한 호주 미용실

- garage hair salon

ㅡㅡ

호주엔 하우스 빌리지가 많다.



시내에서 떨어진 대부분의 외곽엔 단층 혹은 이층 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런 하우스에서 미용실을 오픈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사지 샵, 리페어 샵, 그리고 심지어 의원도 하우스에서 오픈한다.


호주에 살면서 리를 자를 때마다 '게지 헤어살롱(차고 미용실)'이라 불리는 그들의 하우스로 찾아게 되었다. 상가에서 오픈한 에 비하여 가족 같은 느낌뿜뿜 난, 그들이 이렇게  부르는 게러지 미용실을 선호한다.


브리즈번에 살 때 나의 헤어 자이너는 한국엄마였다. 그녀의 게지에 오픈한 미용실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예약한 날짜를 놓치면 시간에 쫓기는 그녀 스케줄을 따라 다시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험난했었다.


그러던 그녀, 엘은 몇 년 후 시내에 있는 일본 헤어살롱으로 발탁이 되어 가버렸다. 국민학교 5학년때부터 책가방에다 가위와 미용용품을 넣어가서, 친구들의 머리 깎았다던 기술이 날개를 단 것이었다.


나도 호주외곽으로 이사를 했다.



동서양 사람의 머리카락은 세미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머리카락 굵기와 각도와 빳빳한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그러니 미용사들도 동서양끼리, 서로의 머리를 자르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 난 한국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아 한국인 미용실이 없는 이곳에 살면서, 처음엔 머리 자르는 데 한동안 불편을 겪었었다. 2016년부터 2년 동안은, 새벽에 차를 네 시간 반동안 브리즈번 시내까지 운전하여 미용실에 가야 했다. 



한국인 미용선생한테 가서 머리를 후딱 자르고 돌아오면 내 머리에 안심이 되곤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여기 호주녀 헤어 드레서, 크리스티를 소개받았다. 참, 녀 남편 존도 자기네 하우스에서 회계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일을 한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하우스에서 미용실을 오픈한 그녀도 예약이 꽉 찬다. 그녀는 손님이 원하면 출장 서비스도 해준다. 우리 집에도 두어 번 왔었다. 난 그때, 그저 서로의 정 나눔 차원에서 김밥과 김치를 담아두었다가 건네주었었다.


또 하루는 나의 뜰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네댓 가지의 꽃가지를 잘라서 그녀에게 전해주었고, 그녀는 그걸 자신의 뜰에다 심어 기르기도 했다. 신의 집에서 운영하는 게러지 미용실이 아니었으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녀의 출장 서비스는 주로, 여든이 넘 노인분들을 위한 이며, 그에겐 헤어커트 비용도 좀 더 저렴하게 받는다. 성격이 바질바질 친절하고 다방면서 솜씨 은 크리스티도  한국인 그녀, 엘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 머리를 잘라주곤 했다고 한다. 그런 거 보면 역시 자질은 타고나는 게 우선은 행운이다. 


여하튼 그녀는 머리 자르는 일이, 할 때마다 매번 즐겁단다. 하긴 10분 만에 후딱, 내 머리의 커트를 내고 드라이어로 휘리릭, 머리카락만 털어, 25불금으꼬박꼬박 챙겨가니 즐겁기도 할 게다. 럼에도 난 그녀가 돈에만 눈이 먼 자가 아니란 걸 안다. 그건 말을 나누다 보면 그 안의 느낌으로 와닿는다.


그녀네는 시간을 내어 호주 전역으로 SUV 사륜구동을 몰고 장거리 여행을 즐긴다. 자주 가는 곳은 여기서 쪽으로 774Km 떨어진, 차로 8시간 46분 거리의 에일리 비치다. 내가 알기로도 그들은 휴가철에 서너 번을 다녀왔다. 그리고 남호주에 질녀를 방문할 때는 비행기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카렌트를 하여 그들만의 숙소에 머물다 온다.


내가 그녀 가족의 세컨드 메리지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듯이 그녀도 나의 가족 안부를 구슬 꿰듯 훤히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작년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때 인근으로 이사를 하였다. 2주에 한 번씩, 주세를 내면서 렌트하던 하우스가 팔리게 되어 집을 비우게 되었다. 한 달 만에 머리를 자르러 갔더니 이사한 홈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미용실로 사용되는 방 하나도 면모를 갖춰놓고 있었다.


나는 그녀네의 이사를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너 지난해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때 어디 여행도 못 가고 이삿짐 싸고, 풀고, 나르고, 정리하느라 일이 엄청 많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이런다.


응 맞아, 홍. 새롭고 힘들고,
그런 일이 있어서 난 또 좋아.

                   또 다른 여행하는 기분이었어, 


라며, 내 머리를 싹둑싹둑 잘라내는 그녀 쿨한 대답에 감동이 되었다. 그녀는 머리도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잘라주는 굳 헤어 드레서이면서,  이런 긍정적 내면까지 지니고 있어서 내가 그녀를 만나러 오는 날이 설레나 보다, 하고 혼자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고, 가뿐한 머리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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