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먹 두 배쯤 되는 앙증맞은 강아지 등을 쓰다듬으며 난 7번 네 강아지냐고 물었다. 5번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수일 전까지만 해도 7번을 크레이지라고 하며 내 앞에서 7번 흉을 바가지로 쏟아놓았으니 그럴까. 어색할 테니까 극구 부인할 만하다.
7번이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차갑게 굴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 그런 거라고 7번을 옹호하던 나는, 오늘은 그저 시침을 뚝 떼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7번이 안고 우리 집에 왔던 강아지와 둘이 어쩜 요렇게, 어여쁜 쌍둥이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5번은 맞다고 시인하였다. 7번 네 강아지와 서로 자매관계라고 말했다.할부지가 요즘 몸이 편찮은 5번을 위해 데려오셨단다. 난 5번이 귀여워서 속으로 슬몃 웃었다.
강아지 어미가 젖이 말라서 분양을 급히 하여 서로 한 놈씩 데려 왔다고 했다. 강아지 얼굴만 같은 게 아니었다. 색동옷인 양 알록달록 한 강아지들의 끈도 서로 닮았다. 울지도 않고 인형같이 깜장눈을 반짝이며 살금살금 걸어 잔디 위로 걸어가던 몸짓도 똑같았다. 깜찍한 인형처럼 귀여웠다.
5번 할부지는 집 앞에다 강아지 놀이터를 마련하셨다. 길지도 않은 잔디를 가지런히 단발하여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운동장을 만들어 주었다. 할부지도 강아지를 엄청 예뻐하신다. 할부지한테 강아지 이름이 뭔가 물어보았다. 킴보라고 하셨다. 차로 네 시간 거리에 사는 고명딸 닉네임이라 하였다. 전화로 딸한테 말했더니 65세 딸이 엄청 좋아하더란다. 자기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강아지를 상봉하러 2주 후에 친정에 온단다. 작년 6월에 오고 나서 처음 오는 거다. 강아지는 부모님보다 힘이 센가.
연보라 노을이 진 하늘 아래서 할부지는 강아지를 기다리고 계셨다. 5번과 7번이 강아지 한 놈씩 껴안고 같이 펫 스쿨에 갔다고 하셨다. 4주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예약했단다. 강아지와 강지 엄마들에게 예절을 가르쳐주는 스쿨이다. 아까 안 그래도, 7번이 5번 네 집 앞에서 오, 킴보, 킴보 하면서 5번 네 강아지를 쪽쪽 빨던 기척을 나도 들었다. 한동안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서먹서먹하였던 이웃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다 큰 어른보다힘이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