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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an 20. 2024

내가 더위를 먹었나, 나이를 먹었나


어제 아침에 난
내 밥숟갈을 못 찾았다.


전말은 이렇다.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6시쯤. 뜨겁게 달아올라 탈 듯한 여름 뙤약볕에도, 초록초록으로 건재한 잔디밭 양쪽에다 호스를 끌어다 놓고 수돗물을 틀었다. 분수대처럼 하얀 물살을 뿜어 올리는 물줄기의 용맹을 흐뭇이 바라보면서, 물뿌리개에 물을 받아서 몇 개의 화분에다 물을 뿌려주었다. 이쁜 꽃들이 한들한들 모닝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금요일마다 일상적으로 하는 공동게이트로 갔다. 오늘은 뚜껑이 노란 리사이클빈까지 치우는 날이었다. 여기는 초록뚜껑 빈은 매주, 노란 뚜껑은 2주마다 비워간다. 내가 사는 타운하우스 24개의  쓰레기통을 공동게이트 안으로 들여놓는 일은 내가 스스로 맡은 지 4년째이다. 이곳 주민들은 이러는 사람에게 "페어리 빈 fairy bin"이라 부른다. 요정상자,  닉네임이다.


20분 정도 지나서 우리 집 두 개를 탈탈탈대며 집으로 끌고 왔다. 바깥수도와 연결된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서 빈이 반짝대도록 깨끗이 씻어낸 후, 땅바닥에다 두 개의 빈 bin을 나란히 엎어놓았다. 그러면 아침햇살이 나오면서 뽀송뽀송 말린다. 그리고 잔디밭의 호스 두 개를 걷어서 가지런히 정리한 후 집안으로 들어왔다. 주섬주섬 아침밥상을 차렸다. 그때는 바야흐로 아침 8시였으니 새벽일을 두 시간 정도 한 후였다. 한낮이 찜통 같은 요즘엔 새벽일을 거뜬히 해치우는 게 상수다.


밥상을 차려놓고 보니
내 밥숟갈이 보이지 않았다.


거 참 이상하다. 요리할 때 분명히 썼는데, 어디로 갔을까. 밥숟갈에 발이 달렸나. 내 밥숟갈이 탐나서 요정이 들고 달아나버렸나. 아님 내가 쓰레기통이 버렸나. 냉장고에 넣어뒀나. 수저통에 들었는가. 별별 상상 온갖 생각거리를 다 짜내어가면서 찾아보아도 내 밥숟가락은 행방이 묘연하다.


몇 년 전 한국 갔을 때 엘백화점 6층을 샅샅이 살피어 어렵사리 간택하여 데려온 숟갈인데. 바늘도 아닌 것이 어디메쯤 숨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은 다른 숟갈을 사용하여 먹었다. 점심때가 되었다. 온 정지깐을 다, 이 잡듯이 뒤집어봐도 내 숟갈을 찾지 못하였다. 또 다른 숟갈로 밥을 먹고 있는데 일터로 나간 딸한테서 카톡이 왔다.


엄마 스푼 찾았다.
ㅋㅋㅋ



난 왜, 매번 하는 이 포크 대신에 내 밥숟가락을 넣어 보냈을까. 내 참.  아침부터 더위 먹은 건 아닐 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나. 그래도 밥숟가락을 되찾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난 이마를 툭 쳤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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