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두 마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할아버지네 버드베쓰에 날아와, 목욕재계를 하고 자기들끼리 꺄까까거리다 날아갔었다. 할아버지는 인터넷으로 까치에게 줄만한 먹잇감을 찾아보았다. 치즈에 든 인이 뼈형성에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비교적 값이 싸고 딱딱한 치즈를 구입하여 네모모양으로 잘라두었다. 까치부부는 오후 다섯 시가 되면 할아버지네 잔디 위로 날아든다.
처음엔 아빠까치가 먼저 날아와서 할아버지의 손바닥에서 치즈를 물고 나간다. 그리고 뾰족한 부리를 콕콕 쪼아 부수어 삼킨다. 아기손톱만 한 세 개의 치즈를 그렇게 해치우고꺄까거리며 펜스 위로 날아가면, 엄마까치가 쭈뼛거리며 잔디밭을 서성거린다. 할아버지는 엄마까치 성격이 세심한 걸 아시고, 저만치서부끄럼 타는 그녀에게 치즈를 휙 던져준다.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까치는 치즈를 먹지 않았다.
그녀는 잔디밭에 떨어진 치즈를 잘게 쪼는 작업을 마친 후, 입속 가득치즈를 물고서 흑백의 깃털을 휘날리며 어디론가 휙날아가곤 했다. 할아버지는 그런 까치의 뒷목을 보고 수컷과 암컷을 구별하셨다. 목의 털색이 회색으로 지저분하게 돋은 건 수컷이요, 까맣게 가지런한 건 암컷이라 했다.
여하튼 엄마까치가 치즈를 잘게 부수어서 아기까치들에게 먹이를 그렇게 나른 지 두어 달이 지났다. 어느새 엄마까치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 아들까치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느 날처럼, 엄마가 잔디 위에서 치즈를 부수어 뜨려 놓으면, 아들이 꺅꺅대면서 뾰족한 제 부리를 짝짝 벌린다.엄마는 먹기 좋게 다듬어놓은 치즈를 초속으로 제 아들의 입 속으로 쏙쏙 넣어주곤 한다.
난 까치네 가족도 모성애는 사람과 동일한 걸 목격했다. 그 사이 아가까치들의 덩치가 훌쩍 자랐다. 엄마의부리에서 아들의 부리로 먹이를 넣어주지 않았으면,어느 까치가 자식인지, 부모인지모를 텐데, 지극정성으로 치즈를 물어다 자식 입속에다 쏙쏙 들이미는 엄마까치의 모성애를 보고 분별하게 되었다.
릭할아버지 말씀으로는 그들의 자식이 딸 하나, 아들 하나인데, 딸은 매번 아빠랑 같이 다니고, 아들은 엄마랑 같이 온다고 하셨다. 그건 나의 딸네 집 모습을 연상하게도 했다. 요즘은 엄마까치가 먼저 와서 아들의 배를 다 채우고 퇴장하면, 아빠가 딸을 데리고 후발주자로 온다고 한다. 그건 바로 아내를 향한 남편의 배려로 우린 인식했다.까치가 동물 중에서가장 스마트하다는 것도 우린 다 같이 보았다.
까치의 수명을 알아보니 2년에서 10년으로 나온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올해 84세이니 할아버지가 최소 10년은 살아계셔야 할 것 같다. 특별한 먹잇감, 치즈라는 금수저를 물고 나온 까치남매를 끝까지 보살펴주기 위해서라도, 할아버지는 오래 건강을 유지하셔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 까치가족도 포동포동 살이 쪄있었다. 날마다 할아버지부부를 기쁘게 해 드리니 어느덧 두 가족은, 삼대의 한가족으로 묶인 듯하다. 가끔 가서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네 식구로 늘어난 까치가족에,치즈값이 신경 쓰이셨다. 그래 어제는 땅속에서 찾은 지렁이와 치즈, 두 개를 동시에 양손에 들고 까치를 불렀단다. 그런데 애당초부터 치즈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까치는 지렁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란다.
할머니는 2주마다 정부로부터 받아쓰는 펜션 1400불이 금방 동나게 생겼다며, 그래도 생긋 웃는다.
우리나라 까치(왼쪽)와 맥파이라는 호주까치는 생긴 모습부터 조금 다르다. 부리가 칼날처럼 뽀족한 호주까치는 산란기인 7월부터 12월 사이에는 사람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