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절대순수와 절대몰입

by 예나네

그래 아기야,
할미가 원하는 데를 안봐서 더 귀여워. 샛별 같은 아기의 눈이 머무는 자리를 뚜리뚜리 살피며 나름 주변을 빤히 들여다보고 뜯어보는 아기가 대견하고 이뻐서 '국무총리'라는 별명이 붙었지.


외할미는 우리 아기의
절대순수와 절대몰입,
그 강력한 저력이
얼마나 이쁘고 부러운지 몰라.


아기가 아기의 놀이에 쏘옥 빠져있을 때, 할미가 까꿍까꿍까꿍 하면 흘깃 돌아 보곤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곤 하지.
만지고, 입으로 가져가고, 떨어트리고, 듣고, 툭툭 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잡은 파랑 코끼리의 코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반복되는 우리 아기의 일상이라도 할미에겐 늘 새롭단다.
까르르르 웃다가 아주 가끔은 앙앙 울다가 쮸쮸 먹고 끄응 샛노란 응가 싸는 우리 아기.


아기야,

요즘, 할미도 아기처럼 순수와 몰입에 들곤 해.(네게 마취 당한다는 다른 이름ㅋ)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고 아기랑 하루종일 눈을 맞춰 놀다보면, 시간이 저만큼 해질녘에 흘러가 있는 게 신기하구나. 너랑 나랑 수준이 잘 맞나보다. 그치?

할미가 너만큼 이쁜 짓엔 자신 없지만 말이야. ㅋ


아기를 쳐다보고 있으면 할미의 마음바닥에 깔린 침침커나 딱딱히 굳은 몹쓸 맘들이, 사르르 흰눈 녹듯 사탕 녹듯 달콤하게 변해 가는 걸 느껴.
좀더 알기 쉽게 풀어서 말해볼까.
할미 내면의 두텁고 불투명한 삶의 무게와 두께들이 깨어지고 엷어지면서 투명하게 조금씩 벗겨지는 느낌이야. 아이구 그래도 어렵구나. 풀어서 쓴다는 건.
예를 들어 볼게.
딱딱한 호두껍데기를 깨트리면 연하고 고소한 맛깔난 호두알이 나오듯 하다는 뜻이야.

그러고 보니 아기는 망치네.
할미의 경도된 내면을
톡톡 깨트리는 이쁜 망치.

재영이와 재영이 외할미
재영이와 재영이 에미 목소리


재영이를 만나는
할미의 시간은,
무디고 낡아
나달나달 닳아가는
그 노쇠를 걷어내고
다시 푸르러가는
축복의 시간이란다.

고목나무에
새움이 돋는
거룩한 재생의
시간이란다.


사랑해,
재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