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네 집
베란다 앞엔
아담한 숲이 있다.
대숲이 집의 커튼처럼 집을 에워싸며 댓잎을 사그락사그락거리고, 스무 살 넘은 키다리 나무들은 하늘과 맞닿아 초록 숲을 이룬다.
아침마다 온갖 새들이 날아와서
띠리리링, 짹짹짹, 꽥꽥꽥
(호주엔 무섭도록 억세고 드센 새소리가 많다.)
지저귀며, 나뭇가지를 음자리표처럼 콩콩콩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포르르 날개를 저어
어딘가로 휘릿~ 날아간다.
숲에선 바람도 새처럼 파르르르 날아다닌다.
가느다란 가지들 끝을 바람이 새처럼
건너뛰며 가지를 살랑살랑 흔든다.
하늘하늘 푸른 하늘 한 자락은
바람의 집이다. 초록 가지를 하늘 속으로 끌어가 하늘하늘거리다가, 다시 고요히 잦아드는 바람의 정경,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다.
어여쁘고 정겹고 신성하다.
그래 장관이다.
아기의 보송보송한 봄흙 같은 새하얀 마음속에다 숲 내음 고이게 하는 일은, 아기의 일생을 푸르고 싱싱하고 빛에 있게 할 것 같았다.
'하루 한 번씩' 아기와 함께 숲을 보기로 작정했다.
하루 한 번씩,
아기를 할미의 무릎에 앉힌다.
할미는 숲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새와 바람과 하늘과 나무가 하는 동사를,
할미의 몸으로 언어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오늘은 코카투가 주인공이 되었다.
재영아, 오늘은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목화솜처럼 하얘요. 그쵸. 저기 봐요, 코카투가 하얀 꽃술을 따먹어요. 덩치는 커도 가벼운가봐요. 잔 가지에 거꾸로 착 매달린 걸 보니까요.
하얀 깃털에 노란 모자를 쓴 코카투 부리 좀 봐요. 마귀할멈 입처럼 똑 꼬부라졌어요. 목소리도 걸걸걸 목쉰 바리톤 톤이지요. 그래도 새랍니다.ㅎ 새라고 다 째잭거리며 이쁜 소리로 노래하는 건 아니랍니다. 아참, 저 코카투는 우리를 해치지 않아요. 겁내지는 마세요. 괙괙괙 !!!
할미랑 아기랑 함께 숲을 본 지난 시간을,
통장에 든 예금인 듯 셈해보니,
숲의 원금과 이자가 꽤 불어났다.
우리가 숲을 본 지 3개월이 조금 더 지났으니까.
숲은 날마다 우리를 초대한다.
시나브로 숲과 친해진 재영인,
숲 앞에서 늘 고요하고, 할미는 언제나 유쾌하다.
이 외할미는 짹짹짹 참새도 되다가,
살랑살랑 댓잎 바람 흉내도 내다가,
야옹야옹 길고양이 소리도 곧잘 낸다.
동요라면 동요, 율동이라면 율동..., 못 하는 거 빼놓고 다 ~잘 한다.
할미의 언어와 몸짓으로 자연을 자연스럽게 재현해낼수록, 아기는 이 할미를 좋아하고 즐겨 찾는다. '미메시스'라 표현되는 그 모방을, 기막히게 잘 해 내는 할미다.(아기 눈에만?ㅎ)
자연과 아기는,
'무정형의 순수 덩이'를 달고 태어났다.
그래 거의 모든 사람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자력이 있다.
재영아,
숲처럼 푸르거라.
하늘같이 넉넉하거라.
새처럼 자유하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