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현수 Oct 22. 2020

프리랜서이지만, 아닙니다

코로나 시대의 고용방식


저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생각도, 될 생각도 없었습니다. 안정적인 정규직이 좋습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은 삶은 저에겐 너무 벅차고 힘들 것 같았거든요.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이미 익숙한 리모트 워크를 풀타임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행에 옮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코로나 19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저는 오히려 이 계획이 더 순탄하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정규직으로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회사와의 계약은 유지하되, 여러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거주하며 일을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매니저와 의논하였고, 여러 방안들을 찾아봤습니다.


우선, 지금처럼 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일을 하려면, 그 나라에 적어도 회사의 지사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한국에는 지사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저 한 명을 위해서 지사를 설립하기에는 행정처리와 비용적인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큰 투자이기 때문에, 저 한 명에게 그럴 가치는 없다고 저도, 회사도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가 한국에 거주하면 정규직으로 회사에 고용되어 똑같이 일하는 것은 불가능 한 옵션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저를 회사가 프리랜서로 재고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되면 고용안정은 조금 사라지고, 프리랜서로서 세금처리, 보험 등을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원격근무형태가 활발해지면서 '해외 기업과 계약해 비자와 영주권은 취득하고, 연봉은 해외 현지 시세로,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일하며, 세금은 더 저렴한 한국에'라는 큰 꿈을 키우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두 국가의 거주/고용안정을 동시에 누리며 원하는 시세를 받는 건 법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하나만 포기해도 방법은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해외 거주/고용안정을 포기했습니다. 독일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선택했고, 고용안정을 포기하고 해외 시세로 한국에 세금을 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조금 특별한 케이스이긴 합니다. 이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1년 이상 일을 해왔고, 원격근무로 인한 서로 간의 불편함이 미미하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매니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조금은 특별한 무기한 정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국으로 이주하여 일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은 원래대로 정규직 직원처럼 하게 되었고, 회사 전산상 변경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고용형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규 프리랜서'가 그나마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프리랜서도 정규와 비정규로 나눠질수도 있겠네요.


코로나 19 이전이라면 이러한 계약 변경이 쉽지 않고 준비도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엄청난 타이밍에, 판데믹의 덕을 약간 보며 흔하지 않은 고용형태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이라 앞으로 이러한 고용 형태에서 일하는 생활은 어떨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