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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현수 Oct 27. 2020

외국인은 한국에서 얼마나 살기 불편한가

외국 국적 노마드의 한국 첫발 상륙작전


외국 국적 재외국민 동포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이후로 거주는 처음이라, 말로만 듣던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ActiveX 등을 드디어 경험했습니다. 한국인들도 불편하다고 하는데, 외국 국적으로 한국 정착이 어떤지 겪어봤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주 등록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하고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한국 국적자는 뒷자리가 1,2,3,4로 시작하지만 외국인은 5,6,7,8로 시작합니다. 신청을 마치고 수령까지는 약 4주가 걸립니다. 참고로 이미 비자는 발급 및 허가도 난 상태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자 없이는 입국 자체가 불가했습니다. 카드는 나중에 수령해도 번호는 먼저 발급해줄수 없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령할때까지는 본인 인증이 불가능해서 핸드폰 개통도 하지 못합니다. 어디선가 여권으로도 임시적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저는 핸드폰 개통과 은행계좌 개설 모두 실패했습니다. 처음 한국 입국해서 자가격리 2주까지 총 6주 동안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본인이 가져온 현금으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으면 드디어 본인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핸드폰 번호 개통 및 은행계좌 개설이 가능해집니다. 한 가지 단점은, 외국인 신분으로는 이 모든 게 비대면이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서 알뜰폰들 대부분과 온라인 가입 혜택 등이 불가합니다.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본인 인증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이트들이 본인인증을 위한 이름 입력 칸에 한글만 허용한다던지, 최대 6자 제한을 둔다던지 합니다. 해서 메이저 통신사에 개통을 하고, PASS 어플을 통해서 핸드폰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제일 간단하고 수월합니다. 이름을 영어로 입력할 때 대소문자 구분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은 모두 대문자로 입력해야 합니다.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회사들은 이름을 한글로도 입력해줍니다. 이때 문제가 생깁니다. 한글로 이름이 입력되면, 이게 본인인증 시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본인인증이나 공인인증서를 카드사에서 사용하려고 하면, 실패하게 됩니다. 해서 오픈뱅킹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신용카드는 재외국민 또는 영주권자라면 일정 조건하에 만들 수는 있지만 이 또한 많이 까다롭습니다. 그냥 못 만든다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물론 그래서 이와 관련된 혜택들을 받는 건 생각도 할 수 없고요.


공인인증서 발급은 은행계좌를 대면 개설을 할 때 온라인/모바일 사용 등록을 같이하면 웹사이트에 로그인해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외국인이고 한국인이고 모두 보안 프로그램들 때문에 윈도우 환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불편한 게 크지만, 심지어 외국인에게는 공인인증서는 딱히 능력(?)이 없는 곳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24나 홈택스에서 외국인은 공인인증서를 등록해도 많은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검색을 미리 해서 서류들을 다 미리 준비해놓고 발 빠르게 움직여서, 자가격리 2주 포함, 딱 7주 만에 핸드폰 번호 개통, 은행계좌 개설, 체크카드 만들기 (아직 배송 중) 그리고 운전면허증 교환까지 마쳤습니다. 아직은 자동이체, 세금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적어도 출발선은 넘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정말로 매력적인 나라이고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외국인들에게는 큰 발목을 잡히는 느낌입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으로 세금 내고,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된 부분을 국가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큰 장벽을 허물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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