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은 잠에서 비롯되었다.

by sooon

25년 12월 31일.

남편은 회사에 회식이 잡히고

첫째 아이는 어린이집 방학이다.

그래도 한 달 더 연장한 산후도우미가 계셔서

오전시간에 첫째 아이와 마트에 다녀왔다.

저녁에 남편과 한잔 하기 위해 와인도 샀다.


시작은 좋았던 하루였으나

오후가 되니 첫째 아이의 짜증이 시작됐다.

30개월이 되니 자기 고집도 세지고

뭐든 처음에 안 하겠다고 생떼이다.

어제는 양치를 안 하겠다고 해서

나에게 엉덩이를 세차게 맞았더랬다.

오늘은 또 밥을 안 먹겠단다.

체벌을 안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나는 아직 참 어렵다.


더 이상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기가 버거웠다.

”먹지 마 너! 다 치워버릴 거야!!! “

아이는 울면서 엄마 안아줘 졸려~ 한다.

난 아이를 거세게 밀쳤고,

울지 않으면 안아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엄마가 안 받아주니

아이도 눈치를 보며 울음을 그친다.


회식을 빨리 끝내고 오겠다는 남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온다 해서

일부러 좀 더 기다렸는데 더 늦게 오게 됐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또 엄청 취했다.

이럴 때 유독 애정표현을 하는데

나는 그게 참 싫다.

취한 말은 책임이 없어서.


첫째 아이는 잠들때까지도 힘들게 했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나를 발로 찼다 밀어냈다

아이의 격한 터치가 못 견디게 짜증 났다.

“그만 좀 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소리 지르고 짜증내기를 여러 번.

잠들 때쯤 되니 밖에서 남편이 달그락 거린다.

하.. “오빠!!! 조용히 해줘야 해!!!!” 소리를 지른다.

오늘 25년 마지막날 아주 난리구나 싶다.

이따 남편이랑 와인 한잔 할 때

찌증내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

중간에 살짝 깼는데 너무 피곤해서

조금만 자야겠다~ 하고 깜짝 놀라 일어나니

새벽 1시다. 1월 1일이다.

와인은 개뿔.


놀래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이 둘째랑 자고 있다.

술과 잠에 취해 흔들어도 잘 안 일어난다.

“오빠 일어나서 첫째랑 자. 나를 깨우지…“

남편은 비몽사몽 정신없이 들어간다.


거실을 둘러보니 남편이 집안일을 해놓았다.

아까 첫째아이 안 잔다고, 남편이 달그락거린다고

짜증이 한껏 났던 게 좀 수그러 들었다.


잠이 부족했던 것 같다.



70일 된 둘째 아이가 아직 새벽수유 중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했는데

내 잠부족이 첫째 아이와 남편이게

짜증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래도 새해맞이가 이런 식인 건 또 조금 짜증 난다


아쉬운 마음에 좀 끄적거리며

새해 계획을 짜본다.

내일은 첫째 아이를 많이 안아줘야겠다.

그리고 남편에게 집안일해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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