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육아

by sooon

8시 반쯤이면 큰 아이와 잠자리에 든다.

큰아이가 잠들면 예능 보면서 술 한잔 해야지,

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맨날 같이 잠들어버린다.


눈을 뜨면 저녁 11시이거나

새벽 1시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게 허무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그러다 오늘은

점심에 낮술을 했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에 갔고

작은아이는 아기 체육관에서

혼자 잘 놀고 있다.


밥 먹으며 보는 드라마에서

반주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너무 땡겨서

같이 반주를 했다.


알딸딸 술기운이 올라오니

작은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안고

나는 계속 술을 한잔 한다.


그러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계속, 계속 눈물이 난다.


작은 아이가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나고,

밖이 너무 밝아서 눈물이 나고,

드라마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고,

거울에 비친 내가 너무 못나서 눈물이 나고,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난다.


나, 산후우울증인가.


남편이 많이 도와주는데

산후 도우미도 연장해서 도와주시는데

나는 왜 이럴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 꼴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왜 이렇게 힘들까.


남들은 다들 쉽게 엄마가 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왜,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이렇게 또 자책하고

미안해하다가

아이가 너무 예쁘고…


술기운에

작은 아이 볼에

마구마구마구 뽀뽀를 한다.


토실토실한 볼살이

너무 귀여워서.


얼마나 피곤한 건지

내가 문질러대도

그냥 잠든다.


그러고 난

한 잔 더 마신다.

쮹쮹.


이렇게 취해서

아이와 같이 잠들 거다.


계속 피곤한데도

잠을 못 잤는데

술기운에

푹 자고 싶다.


자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