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침을 먹으며 남편이 말했다.
“오늘 뭐 하지?”
어제부터 아이들과 외출하고 싶었던 나는
동네 전시관이나 마트에 가자고 했다.
남편은 전시장에 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전시장을 다시 찾아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았다.
딱히 볼 것도 없어 보였다.
외출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고작 이거 보자고 나온 거냐’며
불만을 터뜨릴 게 뻔해
씻는 내내 다른 선택지를 떠올렸다.
전에 동생네 가족과 갔던
작은 실내 동물원도 괜찮았고,
아니면 그냥 마트에 가도 됐다.
씻고 나와 그 이야기를 꺼냈을 뿐인데
남편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왜 화를 내냐고 묻자
둘째가 아픈데 동물원을 가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이 있느냐, 넌 욕심이 너무 많다고,
말이 점점 거칠어졌다.
사실 둘째가 얼마 전 장염으로
2박 3일 병원에 입원했었다.
아직 약을 먹고 있고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동물원이 그렇게 큰 곳도 아니고
실내에 방바닥에서 노는 곳이라 괜찮을 것 같았고,
싫으면 그냥 마트에 가도 되고,
나가는 게 정 무리일 것 같으면
그냥 안 가자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야 하느냐고
나 역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번 의논하려고 하면 비난하고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남편 앞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첫째가 말렸지만
나는 말을 멈추지 못했다.
남편은
“잘하는 짓이다”라며 비아냥거렸고
앞으로 어떻게 하냐고 절규하며
자기 얼굴을 미친 듯이 때렸다.
요즘 싸울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냐..’
이 말에는 아이 때문에 너랑 살아야만 하는데,
이래서 너랑 어떻게 사냐는 의미가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은 아프다.
아이에게 남편의 행동이
너무 충격적인 모습일 거라서
나는 급히 아이를 안고 그대로 방을 나왔다.
아이를 안고는 미안하다고 했다.
늘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런 상황은 반복된다.
참 못난 엄마이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속으로는
‘또 시작이구나’ 생각한다.
이런 싸움이 참 지겹다.
이 남자와 산다는 게
참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아이들 때문에 살기로 했으니
견뎌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결국 내가 먼저 다가간다.
남편에게 우선 큰아이한테 사과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발 나에게 짜증 좀 그만 내라고.
그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아느냐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이 앞에서 서로 사과를 하고
우리는 다 같이 끌어안는다.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전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정은 더 떨어지고,
실망은 쌓이고,
절망은 깊어진다.
이게 처음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걸 알기 때문이다.
‘20년만 버티자.’
혼자 속으로 되뇐다.
결혼은 미친 짓이 맞다.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결혼은 망했다.
이번 생은 망했—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 이유 하나로
완전히 망한 인생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시 붙잡아본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나도 함께 크는 삶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을 버틴다.
빌어먹을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