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올라~~

산과 바다에 나를 품는다

by 홍승표 승우담

물결처럼 밀려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라산 정상에 섰다. 발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 오르는 짙푸른 바다는 하늘과 맞닿아 있었고, 산등성이마다 흐드러진 구름은 마치 누군가의 숨결처럼 부드럽게 흘러갔다. 땅 끝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지금, 이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의 가장 낮은 마음으로 서 있었다.

산은 조용히 나를 품었고, 바다는 묵묵히 그 품을 내어주었다.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리고 있었다. 바다의 푸름은 내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고, 산의 푸르름은 내 안의 어지러움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나는 산의 고요함을 닮고 싶었고, 바다의 너그러움을 닮고 싶었다. 구불구불한 오름길을 걸어 올라올 때는 몰랐던 내 마음의 모습이, 정상에 서니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은 늘 분주하고 때로는 잔잔할 틈조차 없지만, 이처럼 잠시 멈춰 서서 하늘과 바다와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있어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쏟아낸 땀방울과 고요히 쌓인 생각들이 이 풍경 앞에서 조용히 녹아내렸다. 나는 지금, 내가 지나온 길과 마주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과 눈을 맞춘다.


돌아가는 길, 산바람은 여전히 가볍고, 저 멀리 바다는 말없이 파도를 보낸다. 이 아름다운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좋다. 내 마음이 이미 가장 선명한 색으로 그것을 담았으니. 한라산에서 바라본 바다는 이제 나의 마음속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나는 오늘, 산을 오르고 바다를 품었다. 그리고 알았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깊은 위로는, 결국 자연이 주는 침묵 속에서 찾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