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곳으로 가시고, 나는 남았다.

하지 못한 안녕에 대하여.

by 홍승표 승우담


안녕,

이 한마디 없이

어머니는 가셨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었을까.

그저 평소처럼 “다녀오세요”라고 했을까,

아니면 오래 붙잡고

괜찮다는 말 대신

고맙다는 말을 했을까.


그러나 이별은 늘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온다.

어머니는 다시 못 오는 곳으로 가셨다.

사람들은 그곳을 저승이라 부르고,

시간이 멈춘 자리처럼 말한다.

또 만나자는 약속도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다음을 미루는 데 익숙했으니까.

다음에, 다음에,

조금만 더 있다가.

다시 만날 수는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밤이 되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어머니도 나도

이제는 약속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저승으로 가면

이승의 인연은 모두 잊는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머니는 나를 잊고

편안해지셨을까.

혹시 기억이 사라지는 그 순간,

어머니에게도

작은 통증 같은 것이 있었을까.

나는 그 대답을

영영 들을 수 없겠지.

나는 아직 이승에 남아 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고,

어머니가 좋아하던 국의 맛을 기억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손의 온도를 붙잡으며 하루를 산다.

어머니는 기억을 내려놓고 가셨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내려놓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이별은 언제나

남은 사람의 몫이다.

가신 분은 고요해졌을지 모르나,

남은 우리는

자꾸 뒤돌아본다.

말하지 못한 안부,

건네지 못한 고마움,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늦은 후회까지

모두 품은 채로.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저승이 이승의 기억을 지우는 곳이라 해도

사랑만큼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로 약속하지 않아도

언젠가 다시

마주할 수 있다고.


어머니,

오늘도 나는 여기서

어머니를 잊지 않으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인사이자

가장 늦은 약속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