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 달리고 싶다.
어느덧 거울 속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한 사람이 서 있다. 사람들은 중년을 인생의 '내리막' 혹은 '정리하는 시기'라고 말하곤 한다.
신체는 예전만큼 기민하지 않고, 회복은 더디며, 무릎은 가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나는 지금,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는다.
젊은 날의 달리기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속도'의 전쟁이었다면, 지금 나의 달리기는 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허파 깊숙이 들이마시는 차가운 새벽 공기는 정체되어 있던 나의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이마에 맺혀 턱 끝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은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가장 정직한 증거가 된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단순히 오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다. "이 나이에 무엇을 더 하겠어?"라는 세상의 냉소적인 질문에 나는 묵묵히 발걸음으로 대답한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년의 발걸음에는 젊음이 갖지 못한 '단단함'과 '꾸준함'이 깃들어 있다. 나는 이제 안다. 마라톤의 진짜 승자는 가장 빨리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트랙 위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의 질주는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 않아도 좋다. 거친 숨소리가 음악이 되고, 고독한 길 위의 가로등이 나의 관객이 되어준다. 나는 계속 뛰고 싶다.
육체의 한계를 정신의 의지로 밀어내며, 매일 조금씩 나만의 지평선을 넓혀가고 싶다.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내딛는 바로 오늘의 발자국 속에 있다.